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7 제19대 대선주자 초청토론회’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들어서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7 제19대 대선주자 초청토론회’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들어서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반 전 총장의 조기낙마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문재인 대세론 속에서 안 지사는 지지율 20% 벽을 돌파하면서 2강 체제를 만들었다. 안 지사는 출마선언문에서 전체적으로 감성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을 구사했다. 새로운 제안이나 방향 제시보다는 기존 제도와 정책에서 출발하면서 점진적 개혁을 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차별과 불평등 문제 역시 계급, 성별 등 구조적 요인에 대한 관심보다 차별 받는 사회적 약자 집단에 대해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육아 부담, 경력단절여성 문제를 언급하지만 여성을 노인, 청년처럼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큰 틀에서 차별 없는 사회, 일을 할 수 있는 사회, 공정한 출발 등을 얘기하지만 여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기 어렵다. 더욱이 “직장의 눈치 속에서 아이를 키우면서도 육아비 부담에 매일 한숨을 짓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 밑에서 힘겹게 자라는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보면 자녀 돌봄이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안 지사에게 여성은 ‘아이를 가진 어머니’ 뿐일까.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이나 비혼 여성 등 다양한 여성들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복지정책 우선순위에서 노인, 아동, 장애인, 여성, 청년을 언급하는데 그렇다면 소녀, 여성 청년, 여성 노인은 어떤 존재인지 인식이 모호하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취약계층으로 국가 보호와 복지를 필요로 하는 여성에 대한 구체적 인식이 필요하다”며 “이런 모호한 방식의 사고는 여성 전체를 수동적인 복지 대상자로 떨어뜨리는 오류를 범하게 한다. 이는 주권자인 여성의 역할을 넓히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가 출마선언문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무엇일까. 본보 편집위원인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R프로그램을 이용해 안 지사의 출마선언문을 분석, 워드 클라우드를 만들어봤다. 안 지사가 출마선언문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우리’다. 모두 19차례 언급했다. 그 다음이 ‘시대’로 18번 언급했다. ‘대통령’(17) ‘새로운’(15) ‘대한민국’(14) ‘함께’(12)가 뒤를 이었고 ‘국민’ ‘민주주의’ ‘안보’ ‘여러분’을 각각 11번 언급했다. “우리가, 여러분, 국민이 함께 민주주의를 복원해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자”는 요지의 내용을 전하고 있다.

안 지사는 기존의 정책과 제도를 계승하면서 ‘여러분, 우리, 국민’ 등이 함께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역대 대통령이 내세운 정책 지향점을 종합해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저보다 당이 먼저, 저는 지금도 여전히 민주당을 사랑, 저는… 끝까지 당을, 저는 민주당의 적자’ 등 민주당 적자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안정과 일관성을 중시하는 이미지를 전하면서 당 내 경선에서 확고히 자리매김을 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안 지사는 정당정치 정착, 재벌개혁을 통한 자유시장경제 실현, 남북관계 개선, 자주적 외교노선, 시대․세대․정권교체를 제시했다. 자신이 지향하는 사회는 ‘실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이라며 “지역이나 학연이 아니라 액면가로 당당히 승부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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