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사용자 3%→90%로 껑충 늘어

 

출생 후부터 남자가 아이 돌보면

여자보다 훨씬 더 육아 잘한다 

 

지난해 6월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100인의 아빠단 발대식’에 참여한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6월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100인의 아빠단 발대식’에 참여한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애는 여자가 보는 게 맞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있던 내 친구가 한 말이다. “애가 울기에 내가 달래려고 했더니 더 크게 우는 거야. 그런데 아내가 애를 안자마자 울음을 그치는 거 있지.”

많은 남성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애가 울면 자신이 어떻게 해볼 생각을 하기보다 “여보! 애 울어”라고 한 번 소리를 친 뒤 컴퓨터게임을 계속한다. 이상한 일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남성이 여성보다 못하는 게 있다니.

남편이나 아내나 첫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아이를 돌봐야 하는지 모른다. 이 상황에서 “당신이 낳느라 수고했으니 애 보는 것은 내가 할게”라고 말하는 남편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남편은 애 보는 걸 귀찮아하고, 웬만한 일은 아내에게 미루려 한다. 할 수 없이 아내는 애의 요구사항을 파악해 필요한 일을 빨리빨리 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여자는 애 보는 데 전문가가 되고, 남자는 문외한이 된다.

하루 30분 정도 아이를 봐주면서 “아, 나는 정말 자상한 남편이야”라며 스스로 감탄하는 남편이 많은데 이건 남성들이 애보기를 여성의 일로 간주하고, 자신은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이미 자리 잡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일을 여성만 하는 건 바람직하지도 않다. 애들이 갈수록 버릇이 없어지고 의지도 박약해진다는 얘기가 왜 나오겠는가? 남성들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죄다 김치녀뿐인데, 김치녀가 아이를 보면 그 아이가 좋은 어른으로 자랄 수 있겠는가?

해결책은 없을까? 남성이 육아의 상당부분을 분담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설명한대로 남자는 애도 잘 못 볼뿐더러 그런 일을 귀찮아하지 않는가? 남녀를 불문하고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 『아내가뭄』(애너벨 크랩 저)에 따르면 남자가 출생 직후부터 아이를 돌본다면 여자보다 훨씬 더 육아를 잘할 수 있단다.

책에선 노르웨이를 예로 든다. 이 나라는 1993년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를 도입했다. ‘의무화’에 주목하자. 원래 노르웨이도 우리처럼 남녀 구별 없는 육아휴직제도가 있었지만, 남성은 어디나 다 비슷하게 게으른지라 실제 육아휴직을 쓰는 아버지는 3%밖에 안됐다고 한다. “그래서 노르웨이 정부는…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아빠여야만 수당의 상당부분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정했다.”(257쪽) 게다가 그 돈은 안 쓰면 없어져 버리는 돈. 결국 노르웨이의 아버지 중 90%가 육아휴직을 쓰고 있단다. 당연히 그 아빠들은 육아에 통 관심이 없는 한남들보다 아이를 훨씬 잘 본다.

자, 이제 우리나라 남성들이 왜 그리 육아를 못하고, 또 안하려 하는지 알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 중 육아휴직을 쓰는 비율은 8.5%다. 과거보다 많이 늘긴 했지만 아직도 육아휴직을 여성이 담당하는 비율이 91.5%라는 얘기다. 게다가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 대부분이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출산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이고 우리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면 노르웨이만큼은 안 될지언정 단 얼마라도 남성육아를 강제할 만한 금전적 지원은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국가에만 다 맡겨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제도적 뒷받침과 더불어 남성 개인의 각성도 필요하다.

“야근까지 하고 밤늦게 왔는데 또 일해야 하느냐?”며 투덜거리지만 말고, 가능한 한 육아에 많이 참여하자.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을 떠올려 보라. 종업원 한 명이 하루 종일 근무하는 경우가 있는지. 대부분이 8시간, 혹은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하지 않던가? 더욱이 아이 보는 일은 식당 일보다 훨씬 더 어렵다. 늦게 퇴근해서 몸이 피곤할지라도, 하루 종일 고생한 아내를 위해 몇 시간만이라도 아이를 봐주자. 그리고 출근을 안 하는 주말에는 대부분의 육아를 전담하자. 육아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물론 육아의 보람도 느끼게 되니까 말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