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도서 출판사 ‘봄알람’

보복성 ‘역고소’당한 피해여성들 위해

여성문인 145명과 함께 책 출간 프로젝트

“수익금은 피해자 법률 지원비로 사용할 것” 

 

페미니즘 도서 출판사 ‘봄알람’과 여성문인들이 협업해 출간한 책 『참고문헌 없음』. 여성문인 40여명이 문단 내 성폭력에 관한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 책의 수익금은 문단 성폭력 피해자의 법률 지원비로 쓰인다. ⓒ봄알람
페미니즘 도서 출판사 ‘봄알람’과 여성문인들이 협업해 출간한 책 『참고문헌 없음』. 여성문인 40여명이 문단 내 성폭력에 관한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 책의 수익금은 문단 성폭력 피해자의 법률 지원비로 쓰인다. ⓒ봄알람

지난해 10월 ‘#문단_내_성폭력’ 고발이 시작된 후 4개월이 흘렀다. 여성들의 ‘말하기’는 서로에게 용기가 됐고, 끈끈한 연대와 지지는 단단했던 문단 내 카르텔에 금을 내기 시작했다. 고발운동 이후엔 문단 내 반성폭력 문화 조성과 피해생존자를 돕기 위한 각종 연대체가 생겨났다. 하지만 공론화 이후 100여일이 흐른 지금, 가해자들은 일련의 노력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피해자들의 입을 다시 막으려 하고 있다.

“나의 죄를 인정한다. 용서를 구한다”던 그들은 시간이 지나자 명예훼손 ‘역고소’로 숨겨왔던 민낯을 드러냈다. 성폭력에 이어 고소 혹은 고소 협박으로 2차 가해를 행하는 이들에 의해 피해당사자들은 또다시 고통을 받고 있다. 이에 페미니즘 도서 출판사 봄알람은 “피해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참고문헌 없음』 출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시작은 여성문인들의 제의였다. 피해자들과 긴밀히 연대하고 있던 여성문인 3명이 1월 초 봄알람에 피해자를 돕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피해자의 고소를 돕거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당한 이들의 법률 비용 기금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다.

 

『참고문헌 없음』. 여성 문인 41명의 글 45편이 수록됐다. ⓒ봄알람
『참고문헌 없음』. 여성 문인 41명의 글 45편이 수록됐다. ⓒ봄알람

 

『참고문헌 없음』 출간 프로젝트 관련 굿즈 중 하나인 배지. 글을 쓰는 네 개의 손들이 모여 해시태그 형태를 이룬다. 글을 통해 지지하고 연대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봄알람
『참고문헌 없음』 출간 프로젝트 관련 굿즈 중 하나인 배지. 글을 쓰는 네 개의 손들이 모여 해시태그 형태를 이룬다. 글을 통해 지지하고 연대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봄알람

제의를 받아들인 봄알람은 책 구성과 디자인 및 편집에 돌입했다. 총 145명의 글이 합해져 『참고문헌 없음』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 문인 41여명이 문단 내 성폭에 관한 생각을 시·소설·에세이 등으로 풀어냈다. “‘참고문헌 없음’은 지금까지 문학계 내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삭제해온 ‘문헌’들에 맞서 여성의 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한 여성문인들의 비판과 고백, 증언이 한데 어우러져 있죠.” 정혜윤 봄알람 마케터의 말이다.

피해당사자의 증언도 함께 담겼다. 피해자를 지지하는 100여명의 응원 글도 만나볼 수 있다. ‘한 줄 문장’에 담긴 지지자들의 연대에선 묵직한 따뜻함이 묻어난다. 이밖에도 스티커와 배지, ‘작은 책’(한 줄 문장과 플립 북을 함께 엮은 책) 등 다양한 굿즈가 마련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의 재능기부 리워드도 만나볼 수 있다. 신미나(싱고) 시인은 시와 일러스트를, 이수진 소설가는 얼굴 일러스트를, 석지연 시인은 손 그림을 선물하기로 했다.

“여성 문인들은 ‘문단 내 성폭력’의 문제점을 느끼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직접적인 연대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왔어요. 그에 대한 답으로 텀블벅이 마련됐죠.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 연대를 의미해요. 저희 프로젝트를 통해 여성들이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을 나누길 바라요.” 정 마케터가 말했다. 

텀블벅은 다음 달 19일까지 열릴 예정이며, 책은 텀블벅 이후 서점에도 배포한다. 책의 제작비와 유통비를 제외한 모든 수익금은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법률 지원비와 의료비 등으로 사용된다. 구매 및 후원 ▶ http://tumblbug.com/baumealame4 / 국민은행 012501-04-270281(예금주 정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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