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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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라손에 이은 여성대통령 아로요, 경제전문가로 기대모아

정치적 불안 속 고질적 빈곤·경제문제 해결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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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에랍 물결이 거세게 이는 필리핀 사태를 표지기사로 보도한 <타임>(2000년 5월 29일자,좌)과 필리핀의 두 번째 여성대통령이 된 아로요가 부통령 시절 국민들의 환영을 받는 모습(우).



“지금 사람들이 EDSA(마닐라 시내의 중심도로)에 모여 있어, 나도 사무실에서 일이 끝나는 대로 바로 갈 참이야. 어제도 거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에랍(Erap) 퇴진을 외치며 밤을 새웠지”



인터넷 인스턴트 메시지로 채팅을 나누는 평범한 화이트컬러 필리핀 친구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문장은 “Join the Erap impeachment rally(에랍의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에 함께 참여합시다)”였다. ‘Erap(에랍)’은 부정부패 및 도박 뇌물 수수로 물러난 필리핀의 전 대통령 에스트라다의 애칭이다.



필리핀을 분석한 제임스 팀버랜드는 필리핀을 설명하는 단어로 ‘변화 없는 땅(changeless land)’을 선택한 바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변화하지 않는 사회, 급격한 빈부격차, 지속되는 빈곤, 1960년대까지 반짝했던 경제발전은 그 이후 멈춘 지 오래다. 필리핀인들은 그렇게 신봉하는 신의 축복이 끝난 것이 아닌가 했었지만 2001년 벽두에 보여준 제2의 피플 파워는 필리핀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케 했다.



98년 집권 당시부터 각종 스캔들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에랍정권은 결국 쥬텡(Jueteng)이라는 겜블링의 수익금 부정수뢰로 막을 내렸다.



이번 제2차 피플 파워의 시작은 2000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랍이 집권 2년 동안 업자들에게 불법 게임인 쥬텡 운영을 허락하는 대신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 받았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상원에서 대통령의 부정 뇌물수뢰 혐의에 대한 탄핵이 시작됐다.



탄핵 요구가 높아지면서 당시 부통령이자 복지장관을 겸임하고 있던 글로리아 마카파칼 아로요는 일단 복지장관직을 사임하고 반에랍 전선을 이끌기 시작했다. 연일 시내 중심가에서부터 화이트컬러, 사회지도층까지 가담한 크고 작은 시위가 벌어졌고 상공인연합회 등에서 공식적으로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코라손 아키노, 라모스 등 전직 대통령들이 부통령 아로요와 함께 퇴진시위에 가담하였고, 필리핀 국민들의 종교 지도자인 신추기경 역시 에랍정권에게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이어서 그동안 중립을 지켜오던 군에서 드디어 반에랍 전선에 가담하면서 필리핀 사태는 급반전을 맞았다.



2001년 마닐라의 모습은 1986년 피플 파워와 많이 닮아 있다. 가장 큰 공통점이라면 1·2차 피플 파워 후 최고 권력을 거머쥔 사람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86년과의 명확한 차이라면 그 여성지도자의 정치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코라손 아키노가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가정주부에서 일약 대통령이 되어 리더십이나 강력한 개혁 추진에 미숙함을 많이 드러내었던 반면, 86년 피플 파워를 통해 만들어진 헌법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한 아로요는 소위 ‘준비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 역시 필리핀 대통령을 지낸 바 있는 디오스다도 마카파갈로 아로요. 신임 대통령은 어려서부터 말라카냥에서 정치수업을 자연스레 받았으며, 미국 조지타운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경제학 교수로 활동했다.



아키노 대통령 재직시 정치에 입문, 상원의원과 정부 여러 부처를 거쳐 97년 부통령 당선 당시 국민들의 지지를 한몸에 누렸다. 그런만큼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크다. 아로요의 과제는 무엇보다도 필리핀의 고질적인 빈곤문제와 경제문제 해결이다.



아로요 신임 대통령 주변에 아직도 강력하게 자리잡은 라모스 전대통령과 군부의 영향력이 역력히 느껴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그녀가 필리핀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가져오기를 기대해 본다.



강경란/필리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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