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8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토플리스 시위가 열린 가운데, 등에 나는 자유다라는 문구를 적은 여성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년 2월 8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토플리스 시위'가 열린 가운데, 등에 '나는 자유다'라는 문구를 적은 여성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Shutterstock

“이것도 검열해 보시지(Censura esta)” “결정은 내가 한다(Yo decido)” “나는 자유다(Soy Libre)” 가슴과 등을 훤히 드러낸 여성들은 이런 문구를 몸에 적었다. 이들은 행진하며 외쳤다. “그들이 보기에 불편한 가슴은 오직 ‘팔지 않는’ 가슴 뿐!” “가슴은 죄가 없다!” “우리의 권리에 간섭 말라!”

수백 명의 아르헨티나 여성들이 지난 8일(현지 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여러 도시에서 벌인 ‘토플리스(topless·상반신 노출)’ 시위의 풍경이다. 맨가슴을 드러낸 여성들 십여 명을 필두로 한 시위대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상징인 레푸블리카 광장(Plaza de la República)에 나타나자, 취재진과 구경꾼, 시위를 방해하려는 남성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시위대는 ‘웃통 벗고 일광욕할 권리를 여성에게도 허하라’고 외쳤다. 남성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맨가슴을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가’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브래지어를 착용한 남성들도 있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경찰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남서부의 관광지 네코체아 해변에서 가슴을 드러낸 채 일광욕을 즐기던 여성들을 쫓아낸 사건이 계기였다. 당시 이들이 찍은 영상과 엘 파이스(El Pais)지의 보도(바로가기)에 따르면, 경찰 스무 명이 출동해 “역겨운 행동” “노출증”을 그만두고 떠나지 않으면 체포하겠다며 여성들을 위협했다고 한다. 보수적인 아르헨티나 사회에서 ‘토플리스’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엘 파이스 지는 설명했다. 

 

2017년 1월 말, 부에노스아이레스 남서부의 관광지 네코체아 해변에서 가슴을 드러낸 채 일광욕을 즐기던 여성들이 아르헨티나 경찰에 의해 쫓겨났다. 이 사실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아르헨티나 사회에선 토플리스 논쟁이 일고 있다.
2017년 1월 말, 부에노스아이레스 남서부의 관광지 네코체아 해변에서 가슴을 드러낸 채 일광욕을 즐기던 여성들이 아르헨티나 경찰에 의해 쫓겨났다. 이 사실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아르헨티나 사회에선 '토플리스 논쟁'이 일고 있다. ⓒEl Pais지 영상 캡처

이에 파쿤도 로페즈 네코체아 시장은 “아르헨티나의 ‘마치스모(machismo·남성우월주의)’를 뿌리 뽑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경찰들의 행동을 비판했다. 그는 “나는 시대에 뒤떨어진 법을 현대화할 준비가 됐다”며 여성들의 ‘토플리스’ 권리를 옹호했다. 인권운동가로 잘 알려진 빅토리아 돈다 하원의원도 “여성들이 해변에서 상반신을 노출할 권리를 박탈하는 법안이 있다면, 나는 남성이 브래지어를 착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이번 사건으로 “아르헨티나의 성차별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여성들은 2015년부터 페미사이드(여성살해·femicide)와 여성혐오를 근절하기 위해 전국적인 시위와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기사 : [독점인터뷰-아르헨 페미니즘 연대체] “세계는 ‘페미니스트 혁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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