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와 함께 발전한 캄보디아 유흥산업”

세계 최초 유흥업 노동자 위한 조례 발표했지만

사회적 책임 외면하는 기업 부패 뿌리 뽑아야

 

추엉 포(Chuong Por, 36) 전 국제노동기구(ILO) 캄보디아 사무관이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추엉 포(Chuong Por, 36) 전 국제노동기구(ILO) 캄보디아 사무관이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세계 경제는 아시아 여성들이 지탱하고 있다고 경제학자 자야티고시는 주장한다. 다국적 기업들이 아시아 여성들을 고용해 낮은 임금을 주고 많은 이익을 남긴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것을 착취라고 부르지 않고 합법적 기업전략이라 부르고 있을 뿐이다. 최근 확대되는 여성들의 재택 노동에는 아예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사업가들의 전략이 숨어있다. 아시아 여성들에 대한 노동착취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 2014년 10월 캄보디아에서 세계최초로 ‘유흥업 노동자를 위한 조례’가 발표된 것은 의외의 일이다.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소장 김은실)가 주관하는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프로그램(EGEP, 1월 8~22일)에 참가한 추엉 포 전 국제노동기구(ILO) 캄보디아 사무관(36)씨를 만나 캄보디아 유흥업 노동자 문제에 관해 인터뷰했다.

포씨는 캄보디아에 유흥업 노동자가 급증한 이유로 1997년경부터 시작된 산업화를 꼽았다. 그는 “생산의 85%를 농업에 의존하고 있던 캄보디아에 산업화가 시작됐고 도시 주변 공장에는 시골에서 온 여성 노동자가 90% 이상을 차지했다”며 “그들은 처음으로 집을 떠나 도시를 경험했고 처음으로 자신의 돈을 갖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포씨는 2007년에 국제금융위기가 불어 닥치자 300개의 캄보디아 의류 공장 중 90개가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짐을 싸서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죠. 그들은 전기도, 수도도 없는 시골생활을 원치 않게 됐습니다. 여성들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유흥업소로 대거 이전했어요. 운 좋게 공장에 남을 수 있게 된 여성들도 근무시간이 줄어들자 돈을 더 벌기 위해 저녁에 유흥업소에 나가는 사례도 생겨났어요.”

캄보디아에 유흥업소와 집창촌이 처음으로 급속히 증가한 시기는 1993년경이라고 포씨는 이야기했다. 포씨에 따르면 캄보디아에는 1970년대 300만 명이 대량학살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1993년이 돼서야 비로소 국민 투표로 지도자를 뽑을 수 있게 됐다.

포씨는 “국민투표를 돕기 위해서 다국적 유엔군이 캄보디아에 주둔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성매매할 곳을 찾았다”며 “고객이 있으니 성매매 시장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포씨는 연관관계가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이 시기부터 캄보디아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빠르게 퍼졌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캄보디아 정부도 놀랐지만 유엔기구에서 더 놀랐어요. 이후 유엔은 기금을 조성해 HIV 확산 방지를 위한 사업을 시작했죠.”

포씨는 당시 정부 정책에 대해 “캄보디아 정부는 집창촌을 중심으로 성교육과 건강관리를 시작해 한동안 HIV가 감소했다”며 “2007년 12월엔 ‘인신매매와 성 착취 방지를 위한 법’을 제정하면서 집중적으로 성매매 업소들에 대한 단속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단속 이후 집창촌 여성들은 흩어져 사라졌고 HIV 감소를 위한 정책 시행이 어려워졌다. 여성들을 보호하겠다고 만들어진 법이 오히려 여성들을 괴롭힌 것이다.

포씨는 “만약 거리에서 여성들을 검문하다 콘돔이 발견되면 창녀 취급을 하고 즉시 가둬 버렸다”며 “HIV 감염률은 또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포씨는 가라오케나 불법 영업 술집을 단속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 “사장들은 법이나 경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캄보디아 정치가들과 기업이 밀착해 부패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기업은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져야 한다”며 “기업주 혼자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그가 속한 공동체의 도움 아래, 노동자들과 함께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러니 기업이 노동자들의 건강, 노동조건을 책임지고, 지역공동체를 위해서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포씨는 다국적 기업에 의존한 캄보디아에 대해 “외국 투자자들은 캄보디아에서 돈을 벌지만 책임감이 없고 국내 사장들은 힘이 없다. 그러니 기업들이 부패한 정부를 매수하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캄보디아에 ‘유흥업 노동자를 위한 조례’가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배경에는 아시아 여성들의 고된 삶이 그대로 숨어있었다. 인터뷰 중간중간 눈물을 보였던 포씨는 HIV 감염이나 아시아 여성 노동착취 문제는 하나의 국가정책이나 조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더 많은 동료를 만나 이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금도 초국가 여성운동에 참여하며 캄보디아 여성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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