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메르켈 등 여성 지도자들의 정치 역량 검증의 해 

 

‘워싱턴 100만 여성 행진’을 테마로 한 일러스트. ⓒWMWArt/Deborah Stein
‘워싱턴 100만 여성 행진’을 테마로 한 일러스트. ⓒWMWArt/Deborah Stein

2016년은 세계 여성들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준 한해였다. ‘페모크라티’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곳곳에서 여성 지도자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실패로 끝났다. 유럽과 남미 등지에서는 임금차별, 성폭력, 낙태권 등과 관련된 여성들의 시위가 연이어 일어났고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며 연대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새롭게 다가온 2017년 세계 여성들은 이전보다 나은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까. 올해 세계 여성운동의 주요 이슈를 정리해본다.

트럼프 정부 향한 여성 목소리,

워싱턴 여성 행진

미국 여성계가 앞두고 있는 가장 큰 이슈는 21일로 예정된 ‘워싱턴 100만 여성 행진(Million Women March on D.C)’이다.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작되는 이번 행진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거리시위로 기획됐으나 미국 전역에서 관심이 집중되자 성차별과 성폭력 등 다양한 여성인권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연대를 위한 행동으로 확대됐다.

워싱턴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 30여개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주최 측은 100만 명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 주도로 열렸던 워싱턴 평화 집회 때의 25만 명을 뛰어넘는 최대 규모의 거리 시위라 할 수 있다.

행진 조직위는 최근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가수이자 인권운동가인 해리 벨라폰테 그리고 낙태권 운동단체인 미국가족계획연맹과의 연대를 발표했다. 스타이넘과 벨라폰테는 조직위의 명예 공동의장으로 참여하며 미국가족계획연맹은 디지털 홍보와 행사 스태프, 자원활동가를 제공할 계획이다. 조직위는 아직 세부 계획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이번 행진이 반트럼프 운동보다 여성운동 차원에서 열리는 연대 행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메르켈 총리의 재임 여부

2015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남녀동수 내각을 발표하고 “왜냐하면 2015년이니까요”라고 발언한 일은 타국의 많은 여성 정치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2016년 유럽에서 여성총리와 여성시장이 연이어 탄생하자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탄생이란 꿈도 꾸어 보았지만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여성 정치인의 가장 큰 이슈는 테레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이다. 다가오는 3월이면 리스본조약 제50조가 발동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브렉시트 협상과 이후의 사회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임무를 떠맡게 된 메이 총리가 보여줄 협상력과 지도력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는 9월에 열리는 총선에서 4번째 연임에 성공할지 여부도 세계적인 관심사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던 메르켈 총리는 연이은 테러로 인해 난민에 대한 반감과 국가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 낙관할 수 없는 입장이다.

4~5월에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프랑스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승리할지 여부도 눈길을 끌고 있다.

새해에도 진행형 여성운동 이슈,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난해 말 유럽 곳곳에서 여성들의 파업 시위를 불러일으켰던 성별임금격차 문제는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전 세계 성별임금격차가 해소되려면 약 170년이 걸릴 것이라는 세계경제포럼 보고서를 볼 때 이 문제는 앞으로 끝나지 않을 화두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차원의 해결은 불가능하지만 영국이나 미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조치를 시작했다. 영국은 2017년부터 기업 내 성별임금격차 보고서 발표를 의무화했고 직원 250인 이상의 기업은 4월 5일까지 보고서를 발표해야 한다.

임금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함께 경영자의 마인드가 중요한 요소다. 미국의 IT기업인 세일즈포스는 2015년 조직 내 성별임금격차에 대한 감사를 시행하고 차별을 없애겠다고 발표했으며 즉각적인 시정이 이뤄졌다. 마크 베니오프 대표는 약 300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같은 직무를 하면서도 임금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모든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했다.

2016년에 성별임금격차 문제와 관련해 큰 발전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연이은 파업시위는 여성들이 연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시도가 올해에도 꾸준히 이어진다면 성평등한 사회를 조금 더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신임 사무총장을 맞은 유엔의 여성정책 방향, 계속 진행 중인 난민과 기후변화 관련 문제의 해결 등도 올 한해 여성운동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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