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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성들은 <접속>을 가장 좋아하고 <노는계집 창>을 가장 싫

어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여성문화예술기획(대표 이혜경, 이하 여문)은 지난 12월 8일 제 2회

‘여성관객이 뽑은 최고의 영화, 최악의 영화’ 시상식을 가졌다. 영

화 <접속>은 전체 응답자의 23.6%의 지지를 얻어 97년 국내에 개

봉된 영화중 최고의 영화에 선정됐고, 장윤현 감독은 ‘97년 최고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17.9%의 지지를 얻어 2위를 차지한 영화 <

낮은목소리2>의 변영주 감독 역시 ‘97 최고의 감독’ 2위에 올랐

다.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한국매춘사를 다루긴 했으나, 진지한 성찰

없이 남성의 시각에서만 시대적으로 열거해 놓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노는 계집 창>(감독 임권택)은 최악의 영화로 선정됐다.

외화 중 최고의 영화는 4대에 걸친 여성들의 삶을 그린 <안토니아

스 라인>(감독 마린 고리스), 최악의 영화는 서양인 시각에서 아시

아인의 행동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쇼킹 아시아>(독일

아틀라스 인터내셔널 뮌헨사 제작)가 선정됐다.

이날 사회를 맡은 영화평론가 유지나 씨는 “이 시상식은 흥행성

있는 영화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페미니스트 영화상은 아니

지만 여성과 남성이 동의하고 여성에게 위안과 쾌락을 주는 정도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제1회 시상식에 이어 올해 2번째로 열린 이 행사는 주로 영

화소비자에 머물렀던 여성관객의 지위를 적극적 동참을 통해 한단계

끌어올리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영화에 대한 모니터링과 설문조

사작업에 근거했다. 여문은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대학생, 직장인,

영화관객 등 주로 20대와 30대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1천2백

부의 설문지 중 기한내에 도착된 1천1백31부를 수거, 자원봉사자들

의 도움으로 1주일간 분석작업을 통해 이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 첫

시상식 때는 선정위원들이 후보작에 오를 만한 리스트를 미리 뽑은

상태에서 설문지를 배포했으나, 올해는 선정위원의 의견은 배제하고

최고와 최악의 작품 각 1편씩을 추천받는 방식으로 바꿨다.

한국영화에서 다루어진 여성상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95.1%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해, 여성에 대한 영화인들의

획기적인 인식변화도 시급하게 요구됐다.

여성들의 불만족 이유는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 유포( 37.2%),

여성을 비하·폄하하는 내용(33.8%), 여성 현실에 대한 반영에 불만

족(23.

7%) 순이었다. 여성관객들은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고

려해야 할 사항으로 여성문제에 대한 사회의 진지한 관심(46.4%),

여성과 관련된 다양한 소재의 개발(24.6%)을 들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영화 <산부인과>가 최고와 최악의 작품에

동시에 올라있다는 사실. 이에 대해 영화평론가 유지나씨는 “상대

적으로 여성 몸의 해부학적 모성기능에 포르노적인 시선이나 성희롱

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인 관객층이 있다

면, 이런 식의 ‘자궁 들여다보기’가 여전히 남성이 쓰는 여성 몸

의 해부라는 부정적 반응도 있다”고 해석했다.

기대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영화 <낮은목소리2>는 예상 외로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이 영화를 제작한 ‘보임’측은 “영화 <낮은

목소리2>의 서울 관객이 1만명이 채 안되는데 관객 1백만을 동원한

작품의 뒤를 이었다는 것은 <낮은목소리2>를 본 관객들이 양보다는

질적으로 강하게 후원해주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한석규씨는 무려 전체의 53.3%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남자배우 1위

를 차지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고의 여성배우로 선정된 심혜진

씨는 그가 출연한 작품 <마리아와 여인숙>이 최악의 영화 5위에 선

정되기도 했다. 한편 최악의 영화 5위에 선정된 <베이비세일>의 김

본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이 영화를 여성주의적 시각으로만 보

지 말고, 경제라는 측면에서 다시 보아달라”고 작품에 대한 변을

토로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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