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에 부산시민단체가 기습적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한 후 철거를 막기 위해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동구청 직원들이 농성 중인 대학생들을 끌어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8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에 부산시민단체가 기습적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한 후 철거를 막기 위해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동구청 직원들이 농성 중인 대학생들을 끌어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부산 동구청(청장 박삼석)이 한일 위안부 합의 1년이 되는 28일 시민들이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을 4시간만에 철거한 후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오후 11시 현재 부산 동구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소녀상을 돌려주세요” “왜 일본 눈치 보세요? 부산 동구가 대한민국인지 일본인지 모르겠네” 등 소녀상 철거 행태에 반발하는 글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께부터는 아예 먹통이 돼 접속이 불가능하던 홈페이지는 이 시간에도 서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트래픽이 몰려 인터넷 속도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동구청에는 이날 하루 종일 비난 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마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평화비 전국연대’는 “부산 동구청의 소녀상 철거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평화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부산시민들의 열망을 저버린 행태”라는 내용의 규탄 성명을 내놨다.

‘평화비 전국연대’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상임대표 윤미향)를 비롯해 지역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 등 37개 시민단체의 연대모임이다.

‘평화비 전국연대’는 “부산동구청은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단체의 건립 허가 요청에 대해 일본영사관 측 항의를 이유로 불허하다 급기야 경찰을 동원해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철거하는 믿기지 않는 일을 저질렀다”며 “이 과정에서 항의하는 학생, 시민들이 연행됐다. 이 사건이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으로부터 해방된 지 71년이 지난 2016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박삼석 부산 동구청장
박삼석 부산 동구청장

이들은 “평화비(평화의 소녀상)는 일제강점기 때 끌려가 일본군 성노예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을 기억함과 동시에 다시는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평화의 뜻을 담은 상징물”이라며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은 한일 두 나라만의 과거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와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현재와 미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1992년 1월 8일부터 매주 수요일 진행해 오던 수요시위가 1000번째가 되던 2011년 1월 14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고, 이후 국내외 여러 지역에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모으며 소녀상 건립이 추진돼 왔다”며 “특히 소녀상 철거 내용이 포함된 12·28 한일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후 소녀상 건립은 전국 각 지역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그렇게 국민의 뜻은 표출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과거 자국의 전쟁 범죄를 제대로 인정하기는커녕 소녀상 철거를 조건부로 제시하며 한일 합의를 이끌었고, 이후에도 해외에 건립된 소녀상 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녀상을 세우려는 지역에 온갖 압력과 로비로 방해하며 일본군‘위안부’ 역사 지우기를 저지르고 있다”며 “부산 동구청의 소녀상 철거는 일본 정부의 손발이 되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할 가해자는 공문 한 장으로 명령을 하고, 부산시민의 목소리는 외면하면서 ‘공무원이라 어쩔 수 없다’는 그들의 변명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며 “평화의 소녀상은 그곳이 어디건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세워져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전쟁범죄를 저지른 일본의 과거 지우기에 동참하며 자국민을 탄압하는 사대적이고 굴욕적인 부산 동구청은 규탄받아 마땅하다”며 “박삼석 구청장은 더 이상 역사 앞에, 국민 앞에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소녀상 철거를 취소하고 소녀상을 국민의 손에 돌려주며 영사관 앞에 온전히 설치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국민에 대한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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