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국제성평등지수 비교 분석

성평등순위 ‘극과 극’이어도

경제 분야는 모두 꼴찌

 

국제사회에서 한국 여성의 성평등 지위를 나타내는 국가별 순위가 국제기구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lightstock
국제사회에서 한국 여성의 성평등 지위를 나타내는 국가별 순위가 국제기구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lightstock

매년 국제기구가 국가별 성평등지수를 발표하면 논란이 벌어진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여성의 성평등 지위를 나타내는 국가별 순위가 국제기구에 따라 ‘극과 극’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10월 발표한 성격차지수(GGI)를 보면 한국은 145개국 중 116위다. 반면,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난해 발표한 성불평등지수(GII)에서는 한국이 155개국 중 23위로 중상위권을 차지했다. WEF의 성격차지수와 대조적인 결과다. 세계 최하위 수준인 WEF의 성격차지수를 인용한 기사에는 “한국 여성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반박 댓글과 함께 UNDP의 성불평등지수가 근거로 제시된다. 여성가족부도 WEF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우리나라의 양성평등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설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두 국제기구 모두 한국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를 사용해 성평등지수를 발표한다. 왜 같은 통계를 두고 다른 분석이 나오는 걸까.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국제성평등지수를 통해 본 성 불평등 실태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성격차지수와 성불평등지수의 특징을 살펴봤다.

WEF와 UNDP의 국가별 성평등지수는 측정 부문과 하위 세부 지표에서 큰 차이가 있다. 성격차지수는 경제·교육·건강·정치 등 4개 분야의 성별격차를, 성불평등지수는 생식건강·여성권한·노동참여 등 3개 영역의 성별격차와 세부지표 간 연관성을 통해 산출되도록 개발돼 산정 방식이 다르다.

 

세계경제포럼(WEF) 성격차지수 ⓒ국회입법조사처
세계경제포럼(WEF) 성격차지수 ⓒ국회입법조사처

세계경제포럼(WEF) 성격차지수

먼저 WEF의 성격차지수는 여성과 남성 간 격차(gender gap)를 보여주는 것으로 남성의 지위를 1로 놓고, 그것에 대한 여성의 지위를 평가한다.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경제참여 및 기회, 교육성취도, 건강과 생존, 정치권한부여의 4개 부문과 14개의 세부 측정지표들을 통해 산출된다.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은 비교 대상 국가 144개국 중 116위로 최하위 군에 속한다. 아이슬란드는 성별 격차가 가장 없는 국가로 1위를 차지했다.

4개 부문별로 한국 순위를 살펴보면 경제참여 및 기회 123위, 교육 102위, 건강 76위, 정치 92위로 나타났다. 경제 부문에서 여성과 남성 간 격차가 가장 벌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부문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남성대비 여성노동력 참여비율(91위) △유사업무의 남녀임금(125위) △추정소득(120위), △남성대비 여성입법부의원, 고위공무원, 관리자 비율(114위) △전문직 비율(78위)로 측정된다.

 

유엔개발계획(UNDP) 성불평등지수 ⓒ국회입법조사처
유엔개발계획(UNDP) 성불평등지수 ⓒ국회입법조사처

유엔개발계획(UNDP) 성불평등지수

반면, UNDP의 성불평등지수는 남성 대비 여성 인적자원의 손실을 측정하는 것이다. 비교 대상 국가는 155개국으로 0은 완전 성평등이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을 의미한다. 경제활동참여율, 중등교육 이상과 여성의원의 비율은 높을수록, 반면 청소년출산율과 모성 사망비는 낮을수록 성평등 수준이 높아진다.

한국의 성불평지수는 비교대상 국가 155개국 가운데 23위로 비교적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여성 인적자원의 손실이 비교적 적다는 의미다. 1위는 슬로베니아로 전반적으로 남성대비 여성이 거의 불이익을 받지 않는 국가로 꼽혔다.

성불평등지수는 국가를 대상으로 노동참여, 여성권한, 생식 건강의 3개 부문과 경제활동참여율, 중등교육 이상 받은 인구, 여성의원 비율, 청소년출산율, 모성사망비 등 5개 하위 세부지표 간 연관성을 통해 산출된다.

한국이 23위라는 비교적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생식건강 부문에서 청소년출산율(1000명 중 2.2명)과 모성 사망비(10만명 중 27.0명)가 비교대상 국가 중에서 낮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는 “노동참여와 여성권한 부문의 하위 세부지표인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과 여성의원 비율은 약간 낮은 점으로 미뤄볼 때, 여성 인적자원의 활용은 보존(청소년출산율과 모성사망비)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측정부문과 하위 세부 지표들의 차이로 인해 한국의 성평등 순위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인 문제는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과 여성 국회의원 부문 지수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입법조사처는 “낮은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과 국회의원 비율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정책과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Affirmative Action)가 공공·민간영역에서 여성의 고용률을 적극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권했다. 또한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이 적어도 30% 이상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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