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미래를 이끌어 갈 여성 지도자상] 박소정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세계최초로 DNA 이용한

미세로봇 구동기술 개발

“여성과학자 기반 여전히 열악

발전·성장 토대 마련해줘야”

 

박소정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 테뉴어 교수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다”며 “한국의 과학 발전에 힘 쏟고 보람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박소정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 테뉴어 교수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다”며 “한국의 과학 발전에 힘 쏟고 보람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한국 과학 분야의 토양을 다지는 데 힘쓰며 앞으로 묵묵히 나아가겠습니다.”

나노과학 전문가인 박소정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는 나노입자와 고분자 등 연성소재의 자기조립(self assembly)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DNA의 염기서열 정보를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형태를 변형시키는 다이나믹 나노구조체를 구현해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이대연 교수, 존 크로커 교수 등 공동연구팀과 함께 이뤄낸 성과다. 연구결과는 나노과학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게재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미지상 수상 소식을 듣고 “과학계에서 주는 상이 아니라 처음에는 당황했다”면서도 “‘내가 열심히 한 만큼 인정을 해주시는구나’라는 생각에 큰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연구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골똘히 생각하더니 “힘든 것보다는 재밌는 게 더 많았다”며 웃음 지었다. 26년간 한 분야에 몰두해온 그에게서 화학·나노과학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엿보였다.

박교수가 구현해낸 다이나믹 나노구조체는 로봇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어 미세로봇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박 교수는 “대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미세로봇이라고 부르지만 학회 내에서는 ‘다이나믹 나노구조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연성소재 미세로봇은 특정 물리적·화학적 신호로 복잡한 움직임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제어기술이 더 발전하면 약물 전달이나 혈관 확장 등 까다로운 상황에서도 정교한 구동이 가능한 미세로봇의 제작이 가능해진다.

 

박소정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박소정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박 교수는 이화여대에서 화학 학사, 석사 박위를 취득한 후 미국의 노스웨스턴대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과정을 마치면서 미국의 전체 화학과 박사학위 수여자 중 한 해 동안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낸 학생 한 명에게 주는 상을 받아 이름을 빛냈다. 이어 텍사스대 화학과 박사후 연구원을 마친 그는 펜실베이니아대 화학과 조교수·부교수를 거치며 정년보장 심사를 통과하고, 젊은 우수과학자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미국화학회에서 발간하는 세계적인 학술지 ‘ACS Applied Materials& Interfaces’에서 부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며 왕성한 활동을 한 그는 “다방면으로 학계에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과학 발전에도 힘을 보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3년에 펜실베이니아대 테뉴어(tenure·정년 보장) 교수직을 포기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주변에선 ‘왜 그렇게 좋은 자리를 놔두고 다시 들어왔느냐’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죠. 하지만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었어요. 외국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의미 있지만 한국의 과학 발전에 힘 쏟고 보람을 느끼고 싶었죠.”

연구자이면서 교육자인 그는 학생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박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여성인재를 길러내는 데 큰 기쁨을 느낀다”며 “교육과 연구, 봉사 세 가지 모두를 잘 해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다이나믹 나노구조체 연구에 집중해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며 연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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