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사 3명 모두 여성 이례적… 강경화씨, 사무총장 정책특보 임명

고위직 여성 비율 20% 불과…회원국도 적극 나서야

 

안토니우 구테흐스(왼쪽) 신임 유엔 사무총장 당선인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UN Photo/Eskinder Debebe
안토니우 구테흐스(왼쪽) 신임 유엔 사무총장 당선인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UN Photo/Eskinder Debebe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뒤를 이어 2017년 1월 1일부터 정식 임기를 시작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 당선인이 유엔 조직의 양성평등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12월 1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취임선서 후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유엔 인력조직의 양성평등 확보가 가장 중요한 안건이 될 것”이라며 고위직부터 말단 조직까지 양성평등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엔 고위직의 여성 비율은 20%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또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임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양성평등을 추구할 것”이라며 “여성들이 사회와 가정, 직장 등에서 성별을 이유로 직면하는 장애물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약속을 지키려는 듯 구테흐스 당선인은 17일 첫 인선으로 3명의 여성을 고위직에 발탁했다. 신임 유엔 사무부총장에 아미나 모하메드 나이지리아 환경장관을, 사무총장 비서실장에 마리아 루이자 히베이루 비오치 독일 주재 브라질 대사를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새로 생기는 사무총장 정책특보에는 앞서 사무총장 인수팀장을 맡아 화제를 모은 한국 출신의 강경화 인도주의업무보정국(OCHA) 사무차장보를 지명했다. 이처럼 첫 고위직 인사를 모두 여성으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으며 유엔 역사 70년 만에 첫 여성 사무총장의 탄생을 기대했던 국제 여성계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성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주장한다. 20년 전인 1996년 유엔총회는 당시 사무총장에게 양성평등 확보를 촉구하며 2000년까지 유엔 조직 내 의사결정 직위의 절반을 여성으로 기용하라는 양성평등 목표를 세운 바 있지만 이는 아직도 실현되지 못했다. 2016년 8월 반기문 사무총장의 “세계 외교의 최고위직에 여성이 올라야 할 적기”라는 연설이 있었는 데도 최근 2년간 유엔조직 대표 자리는 계속해서 남성에게 돌아갔다.

‘여성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캠페인’ 일원인 앤 마리 고에츠 뉴욕대 교수는 IPS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고위직의 여성 부족은 유엔 회원국의 책임도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무총장은 고위직 후보 제안을 회원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사무총장과 달리 사무부총장 자리에 3회 연속 여성이 지명된 것은 회원국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며 또한 권력의 정점이 아닌 보좌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모하메드의 사무부총장 임명은 훌륭한 선택이지만 기존에도 여성이 지명됐던 자리이기에 조직의 양성평등 강화에 보탬이 되는 요인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추천으로 유엔네팔임무단(UNMIN) 대표를 역임한 카린 랜드그렌은 힘 있는 회원국 간의 로비를 지적하며 “이런 로비가 있는 한 고위직 지명은 사무총장과 회원국 간의 힘겨루기 속에 놓인다. 이 경우 구테흐스 당선인이 약속한 다양성의 원칙은 정치의 희생물로 전락할 것”이라 말했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따르면 2016년 12월 현재 유엔 조직 고위직 중 45개 중 32개를 남성이 차지하고 있으며 유엔의 6개 주요 위원회 내 여성의 수는 28명으로 남성 424명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가 수장을 맡고 있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차기 총재에 영국 출신의 데이빗 밀리밴드 국제구조위원회(IRC) 대표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국제 여성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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