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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부터 명절상에 올라갈 재료 장만에 머리가 복잡하다. 생선은 한달 전쯤부터 준비하여 말려놓고 해물이나 보관이 용이한 것은 시기적으로 가격이 적절할 때 미리부터 준비를 한다. 대개는 멀리서 오는 동서를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 혼자서 모든 준비를 한다. 명절 전날 하루 종일 음식마련에 시간과 온 힘을 쏟다보면 막상 명절 때 가족이 모인 자리에 유쾌하게 어울리기도 어려웠다…”(전주시 칠암동 서소연)

설이 성큼 다가왔다. 올해는 신정과 설이 한 달에 몰려 있어 주부들은 더욱 고되다. 가계 부담도 부담이려니와 모두가 즐거워야 할 명절이 주부들에게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노동절’이기 때문이다.

평등한 명절, 여성도 즐거운 명절 만들기 움직임은 1999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민우회가 주최한 ‘나여기(나의 여성차별 드러내기, 21세기 평등 세우기)’ 캠페인에서 여성들이 제시한 차별사례 2천 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던 것이 명절과 제사상에서의 차별이었던 것. 이같은 결과에 대해 주최측인 민우회조차 의외였다고 한다.

민우회가 제안한 ‘웃어라, 명절’ 캠페인에선 남녀 모두 즐거운 명절을 위해 남녀가 함께 일하고 함께 쉬기, 딸도 조상 모시기, 시집과 친정 번갈아 방문하기, 여성에 대한 명절 금기 없애기, 이웃과 함께 하는 명절 만들기와 같은 구체적 지침을 포함하고 있다.

매우 상식적인 수준의 내용처럼 보이지만, 이 가운데 두 개 이상 지키는 평등한 가정도 그리 흔치만은 않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지금,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일단 무심코 지나쳐왔던 명절문화가 성차별적이고 여성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했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현재와 같은 남성중심적 명절문화가 자리잡은 것은 조선 중기 이후의 일이라고 지적한다. 고려시대, 조선 초기만 해도 자녀간 균분상속, 윤회봉사·분할봉사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움켜쥐고 있던 성차별적 명절문화가 실은 잘못된 인습에 불과한 것이다.

경제 한파로 어느 때보다 가슴 시린 겨울이다. 내 집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소외된 이웃,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평등 명절 가꾸기 운동이야말로 새로운 세기에 시도해 볼만한 평등문화의 첫걸음이 아닐까.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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