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유승민 ‘​집단 탈당’​

새누리 비박 보수 신당

​내년 대선 어떤 영향 끼칠까

 

28년 만의 신4당체제

보수 핵심에 반기문

반 총장 고리로

‘​보수 대결집’ 시나리오

 

새누리당 김성태(왼쪽부터), 유승민, 김무성, 황영철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의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임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새누리당 김성태(왼쪽부터), 유승민, 김무성, 황영철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의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임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새누리당이 쪼개졌다.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비주류 의원 34명이 지난 21일 국회에 모여 27일 집단 탈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내년 1월 20일까지 가칭 보수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황영철 의원은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정치를 후퇴시킨 친박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새 출발을 하기로 다짐했다”며 “친박 친문 패권 정치를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중심을 만들어 안정적이고 개혁적인 운영을 할 진짜 보수세력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분당 사태에 대해 야권의 반응은 정당별로 온도차를 보였다. 민주당은 여당 탈당파를 향해 박근혜 정부를 만든 책임이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문재인 전 대표는 여당 분당엔 관심이 없다며 오직 정권 교체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대단히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과연 비박 보수신당이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질지, 1988년 이후 28년 만에 구축된 신4당체제(민주당, 친박 새누리당, 비박 보수 신당, 국민의당)가 내년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보수 분열은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탈당, 2007년 대선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무소속 출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비박계 탈당은 개혁과 혁신이란 명분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제3지대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 핵심에 반기문 총장이 있다. 비박계는 반 총장을 고리로 ‘보수 재결집’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탈당파 권성동 의원은 “(반 총장이) 대권에 뜻을 갖고 보수 가치를 지향한다면 친박 중심 당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이 1월에 귀국해서 움직이면 새누리당 중도파 의원과 충청 의원들이 추가로 탈당할 가능성이 크다. 반 총장은 20일 뉴욕에서 연 특파원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뚜렷한 정치 기반이 없는 반 총장이 우선 독자 세력화에 나서 몸집을 키운 뒤 보수 신당 또는 국민의당과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당분간이건 앞으로건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들과 우리가 연대 또는 연합을 한다는 얘기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고 국민의당의 기치로, 총선 민의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반 총장에 대해 “박근혜 리더십에서 국민이 배신당했다고 이야기한 것만 봐도 우리와 같이할 수 있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런 반 총장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해 안희정 지사가 반 총장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슬픈 죽음에 현직 대통령 눈치 보느라 조문조차 하지 않았던 분이 대통령 서거 2년 뒤에 몰래 봉하 묘역을 다녀왔다고 변명하고 있다”며 “정치판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썼다.

이런 비판에 대해 반 총장은 정치 공격이고 인격 모독이라고 반박했다. 선거는 구도고 연대다. 당분간 대선 구도는 친박과 친문, 그리고 이들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제3지대, 제4지대가 각축전을 벌일 것이다. 심지어 시간이 흐르면 개헌을 고리로 친박과 친문을 배제한 모든 세력이 결합하는 대연합이 이뤄질지 모른다.

그런데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 몇 가지 두드러진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와 같이 확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후보들은 외연을 확대하기 보다는 집토끼를 잡기 위해 선명성을 높이는 강성 발언과 정책을 쏟아낼 수 있다. 대선이 갈등과 대립의 장으로 변질될 위험성은 그만큼 커진다. 단숨에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인기영합 정책이 판을 칠 수도 있다. 오직 선거 승리만을 위해 이념과 가치가 전혀 다른 이질 세력들간의 합종연횡이 일어난다. 이런 행태는 결국 한국 정치를 망치고 또 다른 실패한 대통령을 배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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