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위기의 여성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 개최

과소 대표된 여성, 과대 대표된 남성의 정치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기의 여성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기의 여성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박근혜 대통령 = 여성 정치 실패'라는 일반화 시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여성의 다양성을 드러내야 하고 정치권에서는 여성이 과소 대표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위원장 양향자)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기의 여성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긴급토론회를 마련했다. 젠더 관점에서 2016년 촛불정국을 진단하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 이후 여성 정치의 미래 정당의 역할에 대해 함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김상희 의원은 인사말에서 현재 정국과 관련, 여성 정치를 폄하는 이들의 주장에 대응하는 논리를 만들어가기 위해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여성정치 리더십과 어떤 괴리가 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토론자들은 이번 사태로 촉발된 여성 정치의 위기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담긴 대표성의 의미부터 남성 중심 정치 풍토의 위기, 일부 여성을 전체로 일반화하는 프레임의 문제, 정치체제의 문제라는 본질이 아닌 개인의 사적 영역에 집착하는 언론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했다.

권명아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여성 정치가 나아가기 위해서는 헤이트스피치 전략에 빠져들어서는 안 되고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헤이트스피치란 OO퀸, OO소녀, 된장녀, 이화여대 혐오, 메갈 등 특정 성향을 편파적으로 형상화해서 공격하는 방식을 말한다. 여기에는 여성 정치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이같은 맥락에서 나아가 “대표되지 못하는 여성성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비엘리트·중년·지역 여성들을 박근혜 팬덤이라고 일방적으로 분류해선 안 되며 이들의 열망을 바르게 이끌어나가는 게 여성정치의 과제라는 것이다. 또 여성정치, 여성주의, 여성성, 여성의제라는 범주에 포함되지 않은 대표되지 못한 여성들도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남성의 과대대표성 뿐만 아니라 여성 내부에서의 과대 대표성과 그 불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 이후 여성의 정치 세력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여성 개개인의 다양성을 드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2년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은 여성의 대표성의 욕구를 실질적으로 구현한 여성 유권자의 선택이었다”고 전제하고 이를 통해 ‘여성’ 대통령은 남성의 정치적 대표성과 달리 여성을 하나의 집단으로 구획하는 상징적·담론적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 정치 참여 확대 위해 정당이 교육 제공해야"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은 구조적 측면에서 현재의 위기는 여성정치의 위기가 아니라 남성 중심의 구태의연한 정치가 부른 위기이며, 과다 대표된 남성과 과소 대표된 여성이 만들어낸 위기이자 무관심과 혐오가 초래한 예견된 위기라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특히 정치 참여 확대를 목표로 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상황에서 여성시민의 요구와 불만을 정책적으로 이어줄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정당이 정치교육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 내 여성위원회와 여성조직은 남녀동등한 대표성 확보와 대의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당위와 존재의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미니즘 액션그룹 ‘강남역 10번 출구’의 이지원 운영자는 진정한 민주주의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광장의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동시에 소수자 혐오로부터 민주주의와 평등의 광장을 지켜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등의 헌법적 가치 회복은 박근혜 퇴진 이후의 민주주의를 함께 구상하고 논의할 때,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을 예민하게 인지하고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할 때 비로소 그 실질이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지금 생물학적 여성과 사회학적 여성이 갈라지는 것을 보고 있다”고 상황을 진단하고 “여성들이 그것을 적극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여성 대통령으로서 한게 없기 때문에 여성정치가 왜 위기라고도 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그런 측면에서 제대로 된 여성정치인이 할 일 많다고 했다. 그 임무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신장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것을 잣대로 여성 정치인들이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정춘숙 의원 역시 “‘여성의 대표성은 하나’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문제가 시작됐다”면서 “다각화되는 젠더적 관점을 이야기하자”고 제안하고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