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전’ 분당 직전 상태로

친박 행태는 적반하장·후안무치

구당모임은 ‘분열과 구태의 수구 보수 연합’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새누리당 ‘내전’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소추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되자 강성 친박 지도부가 탄핵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탄핵 가결 이후 며칠 숨죽이던 친박들이 비박을 향해 대반격을 시작했다. 탄핵에 앞장섰던 비박을 패륜·배신자로 몰아세우면서 당을 떠나라고 압박했다.

친박은 ‘혁신과 통합 보수 연합’이라는 별도의 구당 모임을 구성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에 대해 탈당 권유의 중징계를 논의하고 있는 당 윤리위원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친박 인사 8명을 새 위원으로 추가 선임했다. 이에 반발해 윤리위원장과 대부분의 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혔고, 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당 대표실을 점령했다.

비박계는 친박을 향해 “보수 재건을 반대하는 수구세력들이 모여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방편으로 새누리당을 사당화하려는 술책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박계를 이끌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한 일체의 건전한 비판도 배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금기시하는 그들의 노예 근성이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도 죽이고 새누리당도 죽였다”고 말했다. 비박은 “‘최순실의 남자 친박 8적’은 당을 떠나라”고 했다.

KBS·미디어리서치가 탄핵 전(11월 26~27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새누리당의 존재가 얼마나 초라한지 잘 보여준다. 최순실 사태 이전 새누리당 지지도는 35.3%였지만 조사 시점에는 13.5%였다. 무려 20% 포인트 이상 추락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버티고 있는 친박들의 행태는 한마디로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다. 통합을 들먹이면서 당을 분열시키고 혁신을 외치면서 구태로 가고 있다. 친박이 내세운 구당모임은 ‘분열과 구태의 수구 보수 연합’이다.

새누리당 계파 성향을 분석한 결과, 친박계 인사는 대략 58명 정도로 집계된다. 선수별로 보면, 초선이 비례대표(9명)를 포함해 27명이고, 재선은 20명이다. 초·재선이 전체 81%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구 초·재선 의원을 살펴보면 수도권은 8명, 영남권은 20명이었다. 다음 총선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지난 총선 공천에서 친박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초·재선 의원들이 여전히 당 지도부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한편 비박계는 총 42명으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선은 비례(3명)를 포함해 8명이고, 재선은 10명이다. 초·재선은 총 18명(42.9%)인 반면, 3선 이상 중진은 24명(57.1%)이다. 중도·기타는 28명으로 이들이 향후 새누리당 정치 지형 변화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새누리당은 분당 직전의 상태로 가고 있다. 다만 속도가 문제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탈당 시기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즉각적인 탈당을 생각하고 있는 반면, 유승민 의원은 비대위가 구성될 때까지 싸워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마지막 카드로 탈당하자는 입장이다.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는 최고위원회는 “중도성향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친박을 해체하겠다”며 21일에 총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친박이 보여준 행태는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삐뚤어진 대응 방식과 흡사하다. 즉각 퇴진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꼼수를 부리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잖아. 원칙을 지킨다고 했잖아.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친박은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잖아.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고 했잖아.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무능하고 게으르며 거짓말을 일삼는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친박이 보여주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김무성 전 대표의 말처럼 “(친박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가 아니라 정치적 노예들”이다. 박 대통령은 거짓으로 거짓을 덮으려고 해서 실패했다. 친박들이 보수의 재기를 위해 분당을 막으려면 모든 것을 비우고 국민의 명령에 따라 즉각 퇴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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