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관통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페미니즘’이다. 지난해 ‘메갈리아’ 등장 이후 일상의 차별과 폭력에 대한 경험을 고발하기 시작한 여성들의 관심은 페미니즘으로 이어졌다. 여성혐오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생존 문제다. 여성들은 애도와 분노를 담은 포스트잇으로 강남역을 물들였고, ‘티셔츠’ 한 장 때문에 교체된 성우를 위해 여성들이 연대해 시위에 나섰으며 검은 옷을 입고 ‘낙태죄’ 폐지 운동에 뛰어들었다. 촛불 정국 속에선 대통령 퇴진과 함께 광장의 여성혐오를 비판하며 젠더 민주주의를 외쳤다. 세상의 변화를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2017년 한국 사회는 어떤 응답을 할 것인가. 올 한 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16장면을 모아봤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11월 9일 미국 대선 결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공개석상에서 여성과 성소수자·이민자를 혐오하고 인종차별적 언행을 서슴지 않았기에 여성·성소수자들은 충격과 분노, 절망감을 토로했다. 이는 마지막 유리천장으로 불린 미국 대통령직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당선이 확실시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여성들이 느낀 좌절감은 더욱 컸다.

특히 선거 직전 트럼프가 했던 충격적인 성희롱 발언이 공개되면서 대통령 자격은 고사하고 공인의 품격도 갖추지 못한 인물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회 저명인사들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까지 트럼프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트럼프의 패배는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든 언론의 예측과 반대로 트럼프가 당선된 까닭은 혐오와 차별을 공언한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못했던 많은 이들이 투표를 통해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승리가 아니라, 인종차별, 성차별, 혐오 정치의 승리”라면서 “‘지나치게’ 똑똑한 여성, 심지어 페미니스트 의식을 갖춘 여성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취급되는 방식을 극명히 보여준다”도 밝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