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관통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페미니즘’이다. 지난해 ‘메갈리아’ 등장 이후 일상의 차별과 폭력에 대한 경험을 고발하기 시작한 여성들의 관심은 페미니즘으로 이어졌다. 여성혐오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생존 문제다. 여성들은 애도와 분노를 담은 포스트잇으로 강남역을 물들였고, ‘티셔츠’ 한 장 때문에 교체된 성우를 위해 여성들이 연대해 시위에 나섰으며 검은 옷을 입고 ‘낙태죄’ 폐지 운동에 뛰어들었다. 촛불 정국 속에선 대통령 퇴진과 함께 광장의 여성혐오를 비판하며 젠더 민주주의를 외쳤다. 세상의 변화를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2017년 한국 사회는 어떤 응답을 할 것인가. 올 한 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16장면을 모아봤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과정 속에서 비판의 수단으로 성별을 부각하고 여성성을 문제의 원인으로 꼽은 발언들이 쏟아졌다. 최순실 씨도 여성이라는 점에서 ‘OO년’이라는 욕설부터 ‘이 나라를 망치는 건 계집들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등이다. 박 대통령의 문제가 권력의 부정부패와 한국 정치의 후진성 등이 원인임에도 이같은 발언을 통해 여성의 문제로 왜곡·수렴됐다. 성형과 미용에 많은 돈과 시간을 썼다는 사실은 여성의 성형 중독과 외모 비하로도 이어졌다.

혐오 문제를 제기한 여성들에게는 국정농단과 퇴진라는 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해일이 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는 비난도 가해졌다. 이에 페미니스트들은 ‘민주주의와 여성혐오는 같이 갈 수 없다’며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난 11월 말 5차 집회 직전 DJ·DOC의 신곡 발표와 공연 취소 과정은 광장의 여성혐오 논쟁을 대중적인 문제로 끌어올렸다. 여성단체들이 가사의 문제를 지적해 공연이 무산됐다고 알려지면서 단체들과 페미니스트들은 또 다시 여성혐오적 표현으로 공격받기도 했다. 결국 DJ·DOC는 가사에서 문제가 제기된 대목을 수정해 무대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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