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감독이 꼼꼼하면 예민, 봉준호가 꼼꼼하면 봉테일?”
“여성 감독이 꼼꼼하면 예민, 봉준호가 꼼꼼하면 봉테일?”
  • 변지은 기자
  • 승인 2016.12.06 19:42
  • 수정 2016-12-08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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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서울독립영화제 토크포럼 ‘#STOP_영화계_내_성폭력’

김보라·백승화·신희주 감독 대담

‘#영화계_내_성폭력’ 사례 77건 조사 결과

응답자 15% “성폭력 때문에 영화판 떠나”

성폭력 전수조사하고 예방교육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김보라 영화감독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2016 서울독립영화제 토크포럼 ‘#STOP_영화계_내_성폭력: 영화계 성평등 환경을 위한 대안 모색’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김보라 영화감독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2016 서울독립영화제 토크포럼 ‘#STOP_영화계_내_성폭력: 영화계 성평등 환경을 위한 대안 모색’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여성 감독이 꼼꼼하면 너무 예민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꼼꼼하기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은 ‘봉테일’로 칭송받는다는 게 너무 의아하다.”

올해로 영화 경력 16년 차인 김보라 감독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2016 서울독립영화제 토크포럼 ‘#STOP_영화계_내_성폭력: 영화계 성평등 환경을 위한 대안 모색’에 참석해 이같이 토로했다.

이날 포럼은 최근 SNS상에서 급속도로 확산한 문화예술계 성폭력 고발 해시태그와 관련해 영화계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포럼 사회는 영화 ‘재꽃’의 안보영 프로듀서가 맡았고 패널로는 김보라·백승화·신희주 감독이 참석했다.

김보라 감독은 지난 16년 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경험담을 털어놨다.

김 감독은 “남자들은 술자리에서 내게 ‘영화감독치고는 예쁘시네요’ 식의 외모품평을 농담으로 한다”며 “듣기 싫어서 술자리를 피하면 영화계 인맥이 단절되고 결국 인맥이 단절된 여성 영화인들은 직업상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이어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도 내 주관을 뚜렷하게 밝히면 ‘여자감독이 너무 똑똑한 척 하면 보기 안 좋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며 “이런 경험을 다수 겪었을 여성 감독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걸 지켜보면서 여성 영화인과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 지 느낀다. 앞으로도 감독으로서 현장의 성평등을 위해 더욱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2015년 영화산업 임금 및 단체협약 해설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2015년 영화산업 임금 및 단체협약 해설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 ‘걷기왕’을 연출한 백승화 감독은 현장 스태프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행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백 감독은 영화 ‘걷기왕’ 촬영 전 현장 스태프를 상대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시행해 주목 받았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성평등위원회 소속이기도 한 백 감독은 “영화계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걷기왕’ 현장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고, 때마침 ‘걷기왕’ 공동 작가인 남순아 작가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제안해 곧바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모든 촬영장은 크랭크인 전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예방교육을 시행하는 촬영 현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걷기왕’ 스태프들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화제가 된 이유다.

백 감독은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자에게 연대하지 않고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기존 영화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 성범죄 가해자는 주연배우, 감독 등 권력 우위에 있는 사람”이라며 “상대적 약자인 피해자가 문제제기하긴 어렵다. 영화 제작사가 피해자와 연대해서 가해자를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페이스북에 페미니스트 영화인 그룹 ‘찍는 페미’를 만든 신희주 감독은 ‘#영화계_내_성폭력’ 사례 77건을 조사해 발표했다.

신 감독에 따르면 77건의 사례 중 ‘성폭력으로 인해 영화계의 커리어를 포기했다’고 밝힌 여성이 총 12명이었다. 신 감독은 “조사 대상 중 15%나 되는 여성이 성폭력 때문에 영화 산업에서 이탈한 것”이라며 “이는 조사 대상을 확대해 영화계 성폭력 피해 양상에 대한 통계자료를 만들어야 할 사유로 충분하며, 영화 산업 발전 저하와 관련이 있는지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감독은 이어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성희롱 예방교육 가이드라인 마련 △‘여성영화인모임 성폭력피해자지원 상설기구’ 설립 통한 모든 성폭력 피해 영화인 지원 △영화계 성폭력 공론화에 대한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입장 발표 △각종 영화제의 정기적인 성폭력 실태조사 시행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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