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석을 재우려다 엄마 아빠가 먼저 잠들 때가 많다. 요즈음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아침에 아이가 잘 못 일어나길래 별일 없으면 일찍 재우려고 온 식구가 누워서 뒹굴뒹굴 하다보면 민석은 옛날 엄마 아빠 어릴 때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른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동이 나서 아빠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자장가를 불러 재우려고 하면 갑자기 “나, 어른 되기 싫다. 어른 되면 그 속에서 놀던 때로 못 돌아가?” 한다. 순간 당황한 엄마 아빠가 “그래” 하고 대답하자

“엄마도, 아빠도 늙으면 다시 못 돌아가?” 한다.

“으응.”

“나, 나이 먹기 싫어.”

“왜?”

“싫으니까.”

“나이 먹어서 좋은 일도 많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도 있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도 있어.”

“그래서 엄마 아빠는 지금도 행복해? 민석이랑 꼬마랑 있어서?”

“그럼.”

민석은 ‘고향의 봄’ 노래를 배운 이후로 나이 먹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이러다간 잠을 재우지 못하겠다 싶어 얼른 화제를 바꿔 며칠 전 엄마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동시집에 실려 있던 윤석중님의 시 ‘심심하여서’를 읊어주는데 ‘뭍에 나온 개구리가 심심하여서...’부분을 채 마치기도 전에 다시 “뭍이 뭐야” 묻는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응, 땅이야.”

“그런데 왜 뭍이라고 해?”

“으응, 엄마가 민석이를 부를 때 ‘우리 예쁜이’, ‘꿀단지’, ‘민석이’라고 하듯이 여러 가지로 이름을 붙인 거야.”

그러면서 ‘대지’도 뭍이나 땅과 비슷한 말이라고 일러주려고 ‘흰구름 꽃구름 시원한 바람에 양떼들...대지의 자장가 송아지 나무아래 낮잠을 잔다...’ 노래를 불러주는데 웬걸 또다시 묻는다.

“엄마소는 어디 갔어?”

“응. 옆에서 되새김질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나들이를 갔을까?”

“되새김질이 뭐야?”

“...”

아, 결국 그 날도 엄마 아빠가 먼저 잠들고 말았다.

김기만/ 신촌지역 공동육아협동조합 우리어린이집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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