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스타이넘.jpg

66년 간 독신을 고수하던 페미니스트들의 대선배 글로리아 스타이넘. 그가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한적한 한 시골에서 반아파르트헤이드 운동가인 남아프리카 출신의 사업가 데이비드 베일과 지난 9월 초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결혼을 하는 순간 여자는 반쪽 인간이 돼버린다’란 신념을 공공연히 표해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맥락에서 스타이넘은 ‘황혼결혼’ 이후 후배 여성들에게 끊임없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미즈> 겨울호는 야후에서 벌어진 스타이넘과 다른 여성들 간의 인터넷 대화를 게재하며 이 궁금증들에 답하고 있다.

특히 스타이넘의 인터넷 대화는 상당히 미묘할 수 있는 여성문제들에 대한 직접적인 물음과 답들로 이루어져 있어 관심을 끈다.

우선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결혼이 여성과 남성의 역할에 대한 그의 견해를 변화시켰느냐는 것이다. 스타이넘은 결혼이 오히려 여성과 남성이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강화시켜 줬으며, 특히 그네들처럼 아이를 갖지 않을 부부들에겐 진정 평등한 부부관계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여기에 연이어 전업주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에 대한 생각을 묻자, 스타이넘은 그것은 여성 스스로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단호히 답했다. 집에 남아 육아를 하기로 결정한 남성들처럼.

다음 질문으론, 미국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중동과 중국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여성인권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 스타이넘은 이들 지역의 남성 중심적 상황은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만, 여성들이 처한 각 상황의 차이에 주목하며 진정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그것을 성취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페미니즘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페미니즘이 백인여성운동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적 견해에 대해서도 상당히 확고하게 ‘실제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이런 오해는 일부 미디어의 영향때문이라며, 미국의 흑인여성들이야말로 여성운동 초기부터 페미니스트 이슈들에 대해 백인여성들보다 두배나 더 강한 지지세력이었다고 덧붙였다.

스타이넘은 또한 최근의 페미니즘이 70년대에 비해 많이 달라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그 변화가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낙관론적 입장이었다. 70년대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프로이드식의 열등한 생물론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없다는 것만을 주장하는 데도 상당히 힘들었는데, 이젠 여론조사에서조차 남녀 불평등은 잘못된 것이며 바뀔 수 있는 관행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변화라는 견해다. 일례로 이젠 강간이 섹스가 아닌 폭력이란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오늘날 여성운동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진정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파워가 부족함을 들기도 했다. 여성들은 아직까지도 간청이나 로비 혹은 시위 때론 불매운동 등을 통해 여성운동을 하는 이미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여성운동 최대 성과는 출산과 낙태에 대해 여성 스스로의 권리와 자유를 쟁취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대화에서 후배 여성들이 스타이넘에게 사적으로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은 그의 여성운동 작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과 역할모델이 된 인물. 전자에 대해 스타이넘은 한 사람을 꼽으라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앨리스 워커를 택하겠다고 답했다. 영화화도 됐던 <칼라 퍼플>의 작가인 워커는 빈곤계층을 주제로 빈곤계층에게 읽힐 수 있는 쉽고도 깊이있는 작품들을 써왔다는 것이다. 워커야말로 자신보다 한참 앞선 대선배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스타이넘은 성장기엔 특별한 역할모델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작은 아씨들>과 기타 상당히 정치적인 소설들을 쓴 루이사 메이 알코트나 퍼스트레이디였던 엘리노어 루즈벨트 정도의 여성들을 막연히 이상적 여성들로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가 자신의 진정한 역할모델들을 발견한 것은 많은 여성운동가들과 활발한 접촉을 가진 30대 후반부터였다고 밝혔다.

박이 은경 기자 pleun@womennews.co.kr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