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판매를 허용한 ‘먹는 낙태약’ RU486의 국내 수입문제가 논란거리다. 그러나 막상 RU486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아는 여성들이 드물다. 정계와 보건복지부, 언론등이 ‘낙태찬반론’을 펼칠 때 막상 당사자인 여성들은 “어떻게 작용하는 것인가” “임신이 된 지 얼마동안 유효한가” “값은 얼마인가” “부작용은 없는가”에 관심을 기울였다.

RU486은 70년대 말 프랑스 루셀사가 개발한 것으로 마지막 월경 이후 7주 이내에 복용했을 때 수정란의 자궁벽 착상을 막아 배출을 일으키게 된다. 복용량은 3일간 연속해서 3알을 먹고 완전한 효과를 얻기 위해선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약과 병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임신 2개월까지 95%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고 부작용으로는 구토, 통증, 하혈 등을 동반할 수 있다. 그러나 마취와 수술로 인한 육체적 손상과 심리적 후유증이 심각한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비하면 여성의 건강에 훨씬 더 이롭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는 RU486의 사용을 88년에 승인했으며 올해 9월 미국 FDA가 승인하고 현재 13개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이 약의 개발은 아프리카 등 수술장비나 기술이 부족한 제3세계 여성들을 위해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미국의 경우 복용자의 나이를 제한하고 전문의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등 약의 사용에 대한 규제를 두고 판매하는데 이같은 규제에 반대하는 여론도 일고 있다.

FDA 승인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한국에선 국감에서 이 약의 수입에 대해 의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낙태조장론’에 의거한 논의가 우세하다. 산부인과 측에서도 이 약의 수입에 대해 별반 의견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듯 하다. 한편 미국에서 승인했다 하더라도 우리의 몸에 위험한 약일 수 있다는 불안과 FDA의 압력 때문에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게 아니냐는 예측 등 RU486의 수입을 둘러싼 이권과 논쟁은 분분하다.

그러나 RU486 수입을 두고 누구보다 우선 고려되어야 할 사람은 바로 이 약의 직접적 수요자인 여성이다. 한국의 경우 모자보건법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엄격히 금하고 있기 때문에 이 약이 수입되려면 낙태관련법 개정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국내 시판될 경우 가격은 30만원 정도로 중절수술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의료계는 추정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처럼 의사의 진단이 있을 경우에 한하여 복용하는 것은 물론 연령 등의 제한을 두어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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