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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진/<미디어오늘> 사장

“큰일났다. 이제 연예인이 동성애자자라고 버젓이 밝히는 사회가 됐으니.” “말세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가면 종족이 멸종되는 게 아니냐.”

탤런트 홍석천씨의 커밍아웃 이후 사회 일부의 우려섞인 목소리다. 나이든 사람들만이 아니다. 국회에서도 비교적 젊은 의원들이 “점잖치 못하다”며 이 논의 자체를 꺼려했다.

이례적으로 지난 2일 문화관광위에서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이 문제를 거론했다. 남 의원은 한국방송공사에 대한 국감장에서 홍씨의 방송출연금지 조치에 대해 박권상 사장에게 그 원칙을 물었다. 박 사장은 “우리와 같은 세대에서는 없었던 이야기라 잘 모르겠다”며 일단 우회한 뒤 “그러나 머리를 빨갛게 염색한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돼 이제는 염색한 연예인들이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고 비유해 의원들은 물론 방청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 사장은 “사회의 급진적 변화에 대해서는 사회의 도덕적 범위내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하며 인식의 공유가 우선”이라는 신중론을 펼쳤다.

40대 남 의원의 질문과 70대 박 사장의 답변의 내용에 시비를 걸자는 것은 아니다. 남 의원이 동성애 문제를 국회라는 장에서까지 공개논의한 것만 해도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호전됐다는 반증이다. 남 의원도 방송출연금지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은 아니다.

이날 보도자료에는 “과연 동성애자의 방송출연을 아무런 원칙없이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이 바람직한지 보다 신중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원칙을 밝히라는 요구였다. 같은 자료에서 남 의원은 “동성애자가 뽀뽀뽀 등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어린이나 유아들에게 성역할을 혼동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출연금지 조치를 취하는 것은 타당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어른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 어린이들은 탤런트로서의 홍씨를 좋아한다. 성을 따지는 게 아니다.

사회적인 논의가 거의 화제성으로 흐르고 있다. 홍씨가 탤런트라는 점 때문인지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지 못했다. 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인권개념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기와 다르다고 해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남성의 여성차별이나 다를 게 없다. 홍씨의 방송출연을 금지한 일부 방송관계자들은 “방송이라고 해서 사회적 통념을 거스를 수 없다”고 말한다.

‘사회적 통념’이 이미 차별적이다. ‘대세’‘주류’‘상식’‘통념’등의 단어는 종종 기득권자나 힘있는 자들이 즐겨 쓰는 말들이다. 사회적 약자들은 ‘비주류’‘비상식’‘튀는 생각’ 등으로 비난받기 쉽다.

그날 논란이 되었던 국가인권위원회 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법무부에서 만든 안에도 민족 종교 성별은 물론 ‘성적 취향’이 다르다고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정부가 사회통념보다 더 앞서나가 있는 게 아닌가.

홍씨의 커밍아웃으로 본인은 엄청난 아픔을 겪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오히려 동성애자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제 음습한 데서의 수근거림이나 이들을 흘겨보는 느끼한 눈을 커밍아웃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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