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아씨 사망사건 선고공판, 피고인 최고 6년 실형

지난 해 5월 29일 의문사했던 정신지체장애자 최경아씨(당시30세) 사망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이 11월 6일 대구지법에서 열렸다.

8차례에 걸친 치열한 법정공방 끝에 재판부는 관련 피고인 이옥례 징역 6년, 신창수(남부서 형사) 징역 1년, 양문석(사체검안의사, 외과전문의)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1형사단독 박재형 판사는 선고공판에서 당시 최씨는 영양실조라고 볼만큼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마른 데다 팔뚝에 수많은 멍이 들었으며, 얼굴이 부어 있는 상태인데다 배변을 한 흔적이 있고, 경찰이 자살의 단서로 추정한 메모지는 죽기 5개월 전인 1월에 작성됐으며, 자살하는 사람은 빙초산을 마실 경우 뚜껑을 닫을 수 없는데도 뚜껑이 닫힌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 우유병에는 빙초산이 아닌 무색무취의 종류 미상의 액체가 들어 있던 점 등을 지적했다. 따라서 부검을 해야 하는 데도 자살로 단정한 것은 피고인들이 사망원인을 인멸하기 위해 공모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에 법원과 검찰은 최씨에 대한 가혹행위와 허위공문 작성죄만 물을 수밖에 없으나 피고인의 범죄 행위로 사망원인 판결이 불가능했으며, 처벌 또한 불가능했기에 중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1999년 5월29일 지하방에서 최경아씨가 사망한 채 발견된 이후 남부경찰서는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와 특정 독극물로 추정되는 약물을 담은 병을 수거하고 구토 흔적, 외상 흔적이 없어 사인을 독극물에 의한 자살로 내사종결하고 검사 지휘를 받은 후 사체는 이옥례씨에게 인계, 하루만에 화장했다.

그러나 최씨 죽음에 의문이 많다는 제보를 접수한 대구지체장애인협회(회장 윤수동)는 사건 발생 8개월만인 지난 3월 ‘고 최경아 의문사 사건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재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대구지방검찰청에 제출하였다.

장애인협회는 최경아씨가 IQ 62의 3급 정신지체장애자로 자살하기 위해 약을 구입할 수 없었다는 점, 글씨를 잘 쓰지 못하는데 유서를 남긴 점, 이옥례씨로부터 심한 구타와 학대를 상습적으로 받아온 점, 사망 당시 사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시신을 화장해 수사과정을 축소한 점 등을 의문으로 제기했다. 당시 사체검안의사(양문석)는 이옥례씨의 사위로 밝혀졌고, 유족(구미영남보육원장 천특훈)에게 사체를 인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이 정상근무를 하지 않는 일요일 화장허가를 받아 아침 일찍 화장했다는 점 등 시간이 흐를수록 타살에 강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6살에 버려진 최씨는 대구백합보육원-구미영남보육원-부산 모처(이씨 언니와 형부집)를 거쳐 1992년부터 이옥례씨와 같이 살기 시작했다.

이옥례씨는 재력가로 국제인권옹호한국연맹 대구·경북지부 부위원장, 대구지검범죄예방협의회부회장, 대구남부경찰서 선진질서회장, 칠곡읍내중학교(소년원)교화부회장 등 직책을 맡으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씨는 이씨의 잦은 구타와 학대로 하루도 몸이 성할 날이 없을 정도였지만 잠시도 쉴틈 없이 이씨의 집안 일을 해야 했고, 외출시엔 문을 잠그고 나가 밥도 제 때 먹을 수 없었다고 이웃 주민들은 말했다.

또, 특수제작한 대문은 이씨 외에 안이나 밖에서 열 수 없는데도 이씨는 선경타올직원인 김영근, 환경미화원 이병권(49세), 채소를 배달한 최수창(43세) 등을 최씨 강간혐의로 공갈 협박하여 금품을 갈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에 의하면 최씨 이전에도 두 명의 장애자가 이씨와 함께 살다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한다(KBS추적60분 3월 30일, 5월 14일 보도).

윤수동 회장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최경아씨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위로해 줄 스님의 독경도, 신부님의 영결미사도, 목사님의 소천예배도 없이 한줌의 재로 뿌려진 최씨 영전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대구=권은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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