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회자 배철수

남자의 눈을 가진 ‘세상’을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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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볍지도 않고, 우리가 일상에서 모두 수긍이 가는 이야기를 딱딱하지 않게 엮어가는 이 프로”(아이디 esun55),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많이 봐야 할 프로, 장수 프로 됐으면”(sugarme), “여자의 몸을 바라보는 남자로서 여자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볼 숙제를 받은 느낌”(시나몬), “남자와 여자 모두 의식 전환의 실마리를 잡았으면”( ahimsa_hy)...

교육방송이 지난 달 6일부터 야심적으로 준비한 본격 페미니즘 프로그램 <삼색토크-여자>가 금요일 저녁 9시 뉴스 시간대를 교란시켜 화제다. 시청자들의 호응도 높아 5회분이 방영됐을 뿐인데도 열성 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김현주·정성욱 피디가 번갈아 연출하고 배철수씨가 사회를 맡은 <삼색토크-여자>는 “변해야 하는 것은 여자들이 아니라 남자의 눈을 가진 세상이다”라는 기치 아래 여성들의 삶과 문화를 심도있게 다루며 일상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여성 문제들을 짚어본다.

노랑, 빨강, 파랑 세 가지 색깔로 꾸며본 코너에 각각 여성의 다양함, 솔직함,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이 프로는 그간 몸매 가꾸기, 브래지어, 화장, 하이힐, 순결 등 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정면으로 접근하지 못했던 주제들을 과감히 다뤘다.

“브래지어를 다룬 2회는 사실 방영되지 못할 뻔했어요. 윗선에서 어디 감히 방송에서 여자 가슴을 떠드냐는 거죠. 피디들이 시사회를 거쳐 논의한 결과 ‘문제없다’고 판단했고, 이 뜻을 밀고 나갔죠. 프로의 내용보다 아이템에 대한 거부감이 더 강한 것 같아요.”

김현주 피디의 전언이다. 하지만 <삼색토크>는 기죽지 않고 앞으로도 ‘악녀’ 등 신선한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삼색토크>는 아이템의 파격성 뿐 아니라 접근방식도 이전 여성대상 프로그램들과는 다르다. 여성 100명에 대한 거리 인터뷰를 통해 각 문제에 대한 여성들의 생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가 하면, 피상적인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고 문제의 본질에 대한 다각적 분석이 따른다. 여성학자 이숙경, 정신과전문의 김상준 등 양성평등적 시각을 지닌 패널들의 자연스런 토크도 여기에 한몫한다.

그간 ‘페미니즘’을 표방한 프로그램은 종종 있어왔지만, 대개 여성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거나 심지어 여성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삼색토크>가 명실상부한 페미니즘 프로로서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면 한 시청자의 의견처럼 “시청률 때문에 무리수를 두어 여자를 위한다면서 도리어 여자를 팔아먹”거나 여성의 일상과 유리된 추상적 담론에 그치지 않기 위해 치열한 고민과 충분한 의견수렴이 따라야 할 것이다.

[인터뷰] 사회자 배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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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감성적이고 여린 사람”

- 섭외가 까다롭다는 소문도 있던데 페미니즘 프로 진행을 맡은 이유는?

“의사표현이 분명해서 그런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 프로를 맡은 것은 여자에 관심이 많아서다. 여자란 남자들의 영원한 연구과제지만 실은 잘 모른다. 이 기회에 여자에 대해 알고 싶어서 흔쾌히 수락했다.”

- 여성에 대해 많이 알게됐는지?

“여성들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이처럼 생각도 많이 하고 불만이 많은 줄 몰랐다. 여성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사회적인 영역에 대한 얘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자신의 양성평등 지수는 어느 정도라 생각하는지, 또 집에서의 생활은?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배철수의 음악캠프, MBC FM) 프로를 들어본 사람은 내가 친페미니스트라는 것을 다 안다. 여성이 많이 진출해야 사회가 발전한다, 고학력 전업주부는 국가적인 낭비다, 이런 멘트를 수시로 한다. 말뿐 아니라 실제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에서도 아내의 자기 개발을 최대한 도와주려 한다. 가령 아내가 아침 일찍 일이 있으면 내가 아이들 놀이방에 데려다주거나 일요일에 아내가 일이 있으면 내가 아이들을 돌본다.”

- 주변의 시청소감은 어떤지.

“외모가 터프해서인지 간혹 나를 마초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런 내가 페미니즘 프로를 맡아서 의외라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나는 감성적이고 여린 사람이다. 하지만 대부분 오랜만에 TV에 출연하는 것을 반가워하는 것 같다.”

- 사회자로서 프로그램 평가를 한다면?

“다른 패널들과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다소 휩쓸리지 않았나 싶다. 비록 여성문제라 할지라도 공정한 시각, 또 보통 남성의 시각을 견지하고 싶다. 그래야 좀더 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계도의 목적이 있는 프로가 아닌 재미있는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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