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미디어네트워크 제4차 월례논단 -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성세력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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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의 관점을 공유하는 미디어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모임인 21세기 여성미디어 네트워크가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성세력화를 위하여’라는 주제 아래 지난 9월29일 제4차 월례논단을 개최했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성세력화 현황과 발전방향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논의의 장이었던 이날 월례논단에는 김효선 우먼드림 사장이 주제발표를, 전응휘 피스넷 사무처장, 김현영 시스터 본드 운영자, 이인화 여성신문 뉴미디어부장 등이 토론자로 나왔다.

김효선 사장은 우선 사이버 상에서 여성세력화는 “여성들이 공동의 이슈를 위해 모여 요구하고 사회 전체를 바꾸는 목소리, 즉 여론 형성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면서 현재 인터넷 사용인구 가운데 여성 네티즌의 비율이 46% 정도나 되는데 여론 형성과정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들이 사이버상에서 펼치는, 대개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는 수준의 여성운동에 재미가 결여돼 일반 유저를 유인하지 못한다는 추측이다. 아울러 김효선 사장은 최근 여성 포털사이트라고 대변되는 비즈니스 그룹들이 상당한 수준의 페미니즘을 수용하는 현상을 주목했다. 예컨대 마이클럽닷컴이 추석에 벌인 “여자도 즐거운 명절 보내기 운동” 등 페미니즘적 아젠다를 실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또 오프라인의 여성운동을 차용한 것일 뿐 새로운 아젠다를 만들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존 여성운동이 온라인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페미니즘 운동의 디지털 버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지금의 여성운동이나 페미니즘 논의들이 가볍고 엔터테인먼트라는 인터넷의 특성을 살리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여성들도 여론형성 훈련을 통해 사이버 영역을 새로운 세력화의 장으로 활용하자고 김효선 사장은 강조한다.

한편 전응휘 사무처장은 현재 사이버상에서 시민사회운동이 봉착한 문제점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할 고리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온라인 시민운동이 대중적 지지를 확보한 반면 문제해결 능력이 없는 것에 비해 오프라인의 운동은 문제해결능력은 탁월하지만 대중적 지지 기반이 희박하다는 것. 그러면서 전응휘씨는 오프라인에서 대중적으로 성공한 ‘생활협동운동’ 방식을 온라인에 도입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협업운동 방식을 도입하여 여성 사이버 커뮤니티를 대중적인 여성운동의 조직틀로 구축하자는 얘기다.

영페미니스트 웹사이트 시스터 본드 운영자 김현영씨는 지난 해 군가산점제 논쟁에서 여성들의 여론형성 능력 부재의 한계들을 지적하며 사이버 영역에서 여성으로 하여금 입을 다물게 하는 담화구조 안에서 어떻게 여성으로서 자기 발언을 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실험한 사이버 성폭력 방지책과 여론형성 과정, 또 전략적 분리주의를 선택하게 된 배경 등을 설명했다.

이인화 부장은 ‘살류쥬’ 사이트를 여성들의 성공적인 여론형성 과정의 예로 들면서 김경위 사건이나 박남철 시인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여론몰이를 하여 남성들로 하여금 반성과 참여를 유도한 ‘아줌마’ 파워를 사이버 상에서의 여성세력화의 가능성으로 꼽았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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