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우리말 개발을 모색한다

▶여성관련법 개정에 세심한 배려 적극 반영돼야

평등한 우리말 개발을 모색한다

말과 글이 인간 사고와 인식의 반영이란 사실은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또한 사회 맥락 안에서 언어를 보고 읽어내야 한다는 것 역시 당연한 사실

이다. 바로 여기서 2000년 첫 한글날의 의미를 되짚어 생각해보아야 할 것

이다. 우리말이 관행적으로 얼마나 남성 중심적으로 사용되어 왔는지, 그리

고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조차 이 부분에 얼마나 둔감해 왔는지를. 더구나

컴퓨터문화를 중심으로 해서 요즘 신세대들의 언어습관이 상당히 압축적이

고 감각적이며 때론 공격적이기까지 한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여성에게만 차별적으로 남·오용되는 단어와 수식어는 주변 곳곳에서 흔

히 발견된다. 또 여성을 지칭하는 말들은 으레 의미가 변질돼 비하로 이어

지곤 한다. 그래서 여성들 스스로도 이 말이 자신에게 해당되는 것을 꺼린

다.

여기서 우리말의 평등성을 위해 몇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우선은 평등한 대안용어의 모색과 개발이다. 한 여성단체에서 매년 ‘처

녀막’처럼 대표적인 여성 차별적 용어들에 대한 대안용어 공모를 한다든

지, 결손가정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하나’와 ‘충분히 크다’는

의미를 결합시킨 ‘한부모 가족’이란 말을 홍보하는 등의 시도는 무척 고

무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시도는 전여성계 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

도 대중화되어 있지 않다. 활발한 평등용어 개발을 위해선 먼저 좀 더 폭넓

은 공감대 형성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론 평등용어 개발이 엄밀하고 합리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전문가 집

단의 지속적인 연구와 여성단체 등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 등 구체

적 움직임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언어 현실로 여성의 현실을 성찰

하는 전문 연구서도 드문 형편에서 언어학자들의 각별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이 모색돼야 한다.

세 번째론, 신세대를 중심으로 한 평등 언어교육 방안이 국가 차원에서

시급히 개발돼야 한다. 그들의 즉각적인 언어 습관이 우리말의 본질을 훼손

한다는 관점에 덧붙여 과연 미래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이들의 언어습관이

평등사회 이상에 맞는지를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론, 성편견으로 비하 오염된 우리말을 건전하게 살려내고 그 의

미를 시대에 맞게 새롭게 일궈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 활발히 일고 있

는 ‘아줌마’ 읽기의 대중화되고 참신한 시도들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

다.

여성관련법 개정에 세심한 배려 적극 반영돼야

이번 정기국회에 여성계는 일련의 여성관련법 개정을 단단히 벼르고 있

다. 법 제정에 있어 현장 활동가들의 노하우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한몫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성폭력특별법과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작업이 여성계에 의

해 주도적으로 추진중인데, 여기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피해여성에 대한 세

심한 배려다. 전자의 경우, 친고죄 조항 전면폐지나 강제추행의 행위 유형

세분화 등 대전제 외에도 부부간 강간죄 인정, 수사 및 재판시 피해자가 신

뢰하는 자의 동석 의무화, 특히 언론 등에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누설 금

지 등의 조항이 첨가됐다. 후자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보호권이 강화된 것

은 물론, 가정폭력 사건의 신고자와 상담원에 대해서도 보호조항이 신설됐

다. 여기에 사건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건 처리기간을 단축하고 피해

자 아동의 전학사실 누설금지까지 섬세히 덧붙였다.

개정안의 내용들에선 이처럼 피해자 인권을 우선하려는 최대한의 배려가

엿보인다. 피해자의 인권은 자칫하면 둔감히 이중, 삼중으로 무시되고 상처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현장활동가들이 절감하고 있

기 때문일 것이다.

남은 것은 법적 처리에서 이런 부분이 얼마나 인정되고 반영되느냐의 문

제이다. 여성계도 번거롭게, 더 이상의 개정을 논하지 않을 21세기형 여성관

련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박이 은경 편집부장 pleu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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