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30%클럽 세미나

“공공부문은 즉시 도입,

민간부문은 단계별 도입”

 

미래포럼과 CEO스코어가 11월 30일 ‘기업 여성임원 30%, 할당제가 해답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미래포럼과 CEO스코어가 11월 30일 ‘기업 여성임원 30%, 할당제가 해답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고위직에 일정 비율의 여성을 의무적으로 임명하는 ‘여성 할당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양성과 투명성 확보를 통해 조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은 여성 할당제를 즉시 도입하고, 민간부문은 5년 이내 여성임원 10%, 10년 내 30%를 달성하는 방식의 구체적인 로드맵도 나왔다.

미래포럼과 CEO스코어는 지난 11월 30일 한국30%클럽 세미나를 개최해 ‘기업 여성임원 30%, 할당제가 해답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2013년 한국30%클럽을 발족한 미래포럼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2025년까지 여성임원 30%를 달성하는 목표를 채택하도록 지속적으로 캠페인, 세미나, 컨퍼런스 등을 진행해왔고 이날 그 결과물을 발표했다. 여성임원 30%라는 과제는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다양성, 투명성 확보를 위한 ‘비즈니스 이슈’이며 수적 확대를 넘어 기업구조와 조직문화 변화를 포함한 기업 혁신의 주요 과제라는 점에서다.

조형 미래포럼 이사장은 “고용노동부의 적극적고용개선조치를 많은 학자들이 실효성 없다고 한다”면서 “그것을 능가하는 제도를 마련해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극적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AA)란 고용상의 성차별 해소 또는 평등 촉진을 위해 특정 성을 잠정적으로 우대하는 조치로 2006년 도입된 제도다.

조 이사장은 이미 유럽의 여러 국가가 기업의 여성임원 할당제를 도입해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600대 기업의 이사회에서 여성의 비율이 2011년 14%에서 2015년 25%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이사회에 여성이 없는 기업은 21%에서 5%로 감소했다.

 

조형 미래포럼 이사장 ⓒ이정실 사진기자
조형 미래포럼 이사장 ⓒ이정실 사진기자

그는 이를 근거로 “기업의 자율성과 법률적 강제성이 상반된다고 생각했는데, 기업의 자율성도 존중하면서 법률적 강제성이 가미된 제도를 채택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CEO스코어의 조사에서 국내 기업 44곳 중 90.9%가 할당제가 도입되면 비율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한 결과는 법제화를 해볼 만한 근거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민간부문의 여성임원 할당제 실천 방안으로는 기업CEO 인식전환 프로그램, 기업별 자발적 실천을 독려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한 단기 전략으로는 내부 승진만이 아니라 외부 영입 방법, 사외이사, 비상임이사 확보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선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사내에 여성후보 풀을 많이 만드는 것과 조직내 성평등 문화를 조성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 사내 유리벽, 유리천장을 제거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토대 위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적 로드맵도 제시했다. 1단계는 기업을 제재보다는 강력한 보상으로 유인해 늘리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나 연기금이 기업에 투자를 결정할 때 성별 다양화 지수를 평가지표에 넣는 식이다. 2단계는 강력한 제재를 포함한 강제 집행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할당제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장기업에서 퇴출하고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여성임원 할당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44곳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대체로 여성임원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실제적인 노력과 의지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보다 여성임원 비율을 높여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7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50%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만약 여성임원 할당제가 도입된다면 비율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냐는 질문에 90.9%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국가가 여성임원 할당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비율은 31.8%에 그쳤고, 할당율 30%에 대해 적당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8.6%로 나타났다. 할당제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인재 발탁은 기업의 자율성과 선택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는 비율이 42.9%에 달했다.

업무배치에서 70%가 성별 차이를 고려하고 있으며 부서별로는 경영지원, 마케팅, 회계·재무 부서의 여성 비율이 높았고 영업이나 구매관리 업무에는 여성이 적었다. 이는 대외접촉부서에는 여성을 배치할 수 없고 내부에서 하는 업무는 맡겨도 된다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 역시 할당제를 공공부문에서 즉각적 전면 도입을, 민간부문에는 단계별로 도입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이를 위한 법제화 방안으로 먼저 남녀고용평등법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여성 관리자 목표, 여성 임원 목표를 법규로 명시하고 이를 관리하는 수단을 당분간은 하위 법령인 적극적고용개선조치로 끌고 가되 인센티브나 제재 방안을 강화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구체적으로 민간기업의 할당제 초기 단계로 조달청의 조달 계약과 연동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달청이 입찰 자격에 여성 고용률이나 임원 비율을 제시하고 이에 못 미치는 기업은 제한하거나 가점을 주는 방식이다. 또 건설업 공사에서 공사 도급액으로 업체를 제한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규정에 지방 기업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정해놓은 것처럼 각종 기업 선정 조건에 여성 임직원 비율을 넣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기업의 R&D부서에 상대적으로 여성 임원이 많은 이유도 이같은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업을 지원할 때 일반적인 인건비는 WTO 때문에 지원할 수 없지만 R&D는 지원 가능하며 여성 책임자가 있으면 가점을 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패널토론자로 참석한 김기령 풀무원 인사기획실장은 여성임원 할당제는 결국 최고경영자에게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실장은 “도입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내부적 반대를 겪을 때 끌고 가려는 의지를 지속하기가 어렵다”고 내부 상황을 설명했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2014년 당시 정부가 상장기업 임원의 성별을 공개하도록 했는데 기업에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논리 때문에 그것을 공개하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실행 방안은 정치의 힘을 빌려 법을 제정하고, 민간을 동참시키며, 이를 언론과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은 “정치 권력에서 남성의 과다 대표성 등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든 효과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여러 정책들을 민간기업에 친절하게 제공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는 “여성임원 30%를 채우려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은 만만치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 특히 임원만이 아니라 직원 인력풀부터 만반의 준비를 해야만 달성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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