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여성학과 ‘재개설’이라는 결전을 앞두고

“계명대 여성학과를 다시 열자!”
겨울의 문턱에 서서 우리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계명대학교 여성학과 석사과정은 지난 35년간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여성학’이라는 이름을 지켜온 학문적 거점이었다. 또한 여성의 몸, 노동, 돌봄, 재생산, 지역 여성의 생애와 기억을 연구해 온 터전이었고, 수도권 중심의 학문 환경 속에서 지역 여성학을 실질적으로 떠받쳐 온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학칙상 신입생 모집 중지요건에 해당되지 않았음에도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석사과정은 다른 과들과 함께 모집이 갑작스럽게 중단되었다.
모집 절차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학교는 모집 중지라는 중대한 사안을 사전 의견 수렴 없이 재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대해 여성학·여성학전공 재학생들은 총장에게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모집 중지 경위 규명 요구, 면담 등을 요청하였으나 아직까지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명대 여성학과 석사과정 재개설을 향한 외침을 멈추지 않았다. 작년 개설 신청 불가 이후 수많은 노력과 호소의 시간들, 그리고 지난 8월 여성학과 개설 지지에 대한 시민 릴레이 선언과 9월 계명대 여성학과·여성학전공 재학생 1인 피켓팅 시작이 더해지며 그 흐름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 모든 노력이 모여,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도전하는 계명대학교 일반대학원 여성학과 석사과정 개설 신청이 지금 눈앞에 이르렀다.
지역의 여성학, 여전히 필요한 이유
여성학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사회에서 젠더 불평등, 돌봄, 노동, 지역사회 문제 등을 분석하고 실천적 대안을 제시해온 학문이다. 특히 지역 여성학은 지역 여성들의 현실을 연구하고 정책으로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 속에서 여성학은 ‘수요가 적은 학과’로 분류되어 왔다. 학교 측의 “많이 모아와야 문을 열지”라는 발언은 이 같은 구조적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여성학은 숫자로 평가할 수 없다. 계명대 여성학과는 이미 수도권 외 지역에서 유일하게 여성학 석사과정을 운영해 온 학문적 거점이자 실천의 공간이었다. 지난 35년 동안 대구·경북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여성주의 지식 생산과 확산, 젠더 기반 교육과 연구를 꾸준히 선도하며 지역의 정책 개발과 시민사회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성과와 미래 가능성은 학과 개설의 실질적 근거이자, 대학이 지역과 상생하는 지속가능성의 실천 모델이다.
“우리는 반드시 이뤄낸다”
지역 여성학의 미래, 우리는 이미 시작했다. 계명대 여성학과의 부활은 단지 한 과의 존속이 아니라, 이 지역의 여성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역사이다. 우리는 지난해 겨울부터 지금까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함께 걸으며, 이미 ‘여성학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제 남은 것은 대학의 결단이다. 대학의 닫힌 문 앞에서의 기다림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으로 오래가지 못한다. 이 불안의 연속은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지치게 하고, 결국 발걸음을 돌리게 만든다. 그러나 대학의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안을 채울 사람들은 이미 그곳에 서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싸움으로가 아니라 연구와 실천, 연대로 그 문을 여는 중이다.
계명대 여성학과는 다시 열릴 것이다. 아니, 열려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대학의 ‘결단’을 넘어, 이 지역 여성들의 삶과 학문이 함께 일궈온 흐름이 만든 ‘필연’이다. 지역 여성학의 미래, 우리는 끝내 이뤄낼 것이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