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여성학의 미래를 향한 끝나지 않은 투쟁

계명대 여성학과가 존립을 위해 싸운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2024년 9월, 학칙상 신입생 모집 중지 요건에 해당되지 않았음에도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석사과정의 모집이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학교 측은 이를 사회학과로 통합하려 했고, 이 결정은 곧바로 구성원들과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비수도권 유일하게 ‘여성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운영돼 온 계명대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석사과정은 1990년 개설된 이래 35년간 대구·경북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성평등 증진과 여성 인재 양성에 중요한 축을 담당해 왔다. 여성주의 시각으로 지역 문제를 분석하고 변화를 이끌어 온 지식의 거점으로, 부산·울산·경주·진주 등지의 학생들이 장거리 통학을 감수하며 찾은 이유도 바로 ‘독립된 여성학 전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성학과는 수도권에 집중된 학문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내 여성주의 지식 생산과 확산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지난 35년간 석사과정 280명의 입학생 중 160명이 졸업하였고, 박사과정 60명 중 7명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들이 배출한 석·박사 인력 160여 명은 대구·경북 지역의 성평등 정책 개발, 여성 정치 참여 확대, 젠더교육, 시민운동 등 다양한 현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생 충원율과 운영 효율성을 이유로 모집 중단과 사회학과 통합을 추진했다. 절차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또한 모집 중지라는 중대한 사안을 사전 의견 수렴 없이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여성학 박사학위 논문 심사위원을 사회학 전공으로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심지어 2학기 수강신청을 앞두고 학생 수 부족으로 인한 사회학과 과목의 폐강을 막겠다며 여성학 전공 박사과정 수업 개설 중단을 통보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자 그 수업은 겨우 유지될 수 있었다.
여성학은 사회학의 하위 분야가 아니라 독립된 학문 체계를 가진 분야이다. 사회학과 학과장은 ‘사회학과라는 울타리 안에서 여성학이 유지될 수 있다’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이는 여성학의 학문적 위상을 축소하고 사회학에 부속화하려는 편협한 시각에 불과하다.
이에 재학생, 동문, 여성계, 지역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계명대 여성학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였다. 이들은 일반대학원 여성학과 석사과정 신설을 요구하며 여러 차례 대학 측과 면담을 진행하였으나, 총장 면담은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되었다. 이후에도 대학본부는 ‘여성학과 신설은 불가하며, 사회학과 내 여성학 전공으로 통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1,300여 명이 석사과정 개설 촉구 서명에 참여했고, 2,000여 명이 공대위 활동에 연대하고 있다.
계명대 여성학과를 지키는 일은 단순히 한 학과의 존립을 넘어, 지역 사회 속에서 성평등의 가치를 지켜내는 싸움이다. 양성평등이 국가적 의제로 자리 잡은 흐름 속에서, 여성학과를 축소·통합하려는 시도는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이다. 여성학은 단기적 학생 수나 재정 논리로만 평가할 수 없는 사회적·정치적 의미를 지닌 학문이다.
35년간 지역의 성평등 지식 공동체로 자리해 온 계명대 여성학과를 지키는 일은, 지역 여성학의 미래와 한국 사회의 성평등을 함께 지켜내는 일이다. 공대위와 지역사회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 투쟁은 결국 지역과 학문, 그리고 평등한 사회를 위한 공동의 약속을 지켜내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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