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3단계 여성친화도시 지정받았지만...
광주여성민우회 “여성에 대한 인식은 저급” 비판

(광주=여성신문) 장봉현 기자 = 정부로부터 전국 최초 3단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광주 북구청의 ‘여성 공무원 백댄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여성단체는 경직된 조직문화와 문인 북구청장의 상황인식 민낯을 보여줬다는 반응이다.
문인 북구청장은 지난 6일 광주 동강대학교 운동장에서 촬영된 KBS 전국노래자랑 ‘광주 북구 편’ 무대에서 가수 윤수일의 ‘아파트’를 불렀다.
문제의 장면은 이 무대에 북구청 국·과장급 여성 공무원 8명이 ‘백댄서’ 역할을 하며 춤을 춘 사실이 불거지면서다. 이 사태에 대해 공무원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모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공무원노조 광주지역본부는 “성인지 감수성 ‘제로’인 광주 북구청장에 유감을 표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문 구청장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노조는 “공무 수행의 본질, 공직자의 품위, 성 인지 감수성, 조직문화의 건강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특히 여성 간부들만 무대에 오른 점은 성 인지 감수성 부족과 조직 내 위계적 문화의 문제를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광주 북구청의 부족한 성인지 수준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용봉동 전남대학교에서 진행된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 때도 문 구청장의 무대에 여성 공무원·여성 구의원이 올라 백댄서 역할을 해 지역사회로부터 비판받았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무원노조는“지난 2022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음에도 개선되지 않았다”며 “공무원을 들러리 삼아 공무원 노동자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행위가 재발한 데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고 꼬집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광주 북구청은 지난 2021년 12월 전국 최초로 3단계 여성친화도시로 사업지로 지정됐다는 것이다. 북구는 2011년 처음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후 모범적인 정책 추진으로 3단계 지정까지 이뤄냈다.
이를 반영하듯 2019년 여성친화도시 대통령상, 여성가족부 주관 주민 주도형 돌봄 공동체 우수사례 장관상, 2020년 행정안전부 주관 저출산 대응 우수사례 국무총리상, 2021년 양성평등정책(성별영향평가) 국무총리상 수상, 2024년 양성평등정책대상 장관상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쯤 되면 성평등 성과가 지역 정책과 도시 행정으로도 확산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올법하다.
그러나 거듭된 성 인지 수준 논란을 두고 북구청이 여성친화도시 정책은 지향할지 모르겠지만 여성에 대한 인식은 저급한 게 아니냐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여성단체는 경직된 조직 문화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지난 4월 북구청 소속 30대 공무원이 직장 내 어려움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당시 이 직원은 유서에 ‘조직 문화가 경직돼 있고 업무가 힘들다’, ‘상사와 구의원이 자료를 너무 많이 요구한다’ 는 등의 내용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당사자인 문인 구청장 자신의 권력 위치에 대한 상황인식과 성 인지 감수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광주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시민으로서, 여성단체 활동가로서 이 뉴스를 보고 너무 창피했다. 거듭된 백댄서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북구청의 경직된 조직 문화가 발현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더 큰 문제는 문 구청장이 발표한 입장문은 너무 비겁한 변명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입장문에서 ‘여성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했는데, 매우 비겁한 변명이자 어떤 점이 잘못됐다고 하는 사과 아닌 사과”라며 “한국 사회에서 직급, 지위에 따라 위력, 위계관계가 발생하는데도 몰랐다는 식은 권력의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것이자, 인권, 성 인지 감수성이 낙제점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북구청 관계자는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흥을 돋우기 위해 참여한 것이고, 남자들만 (무대에) 안 올라갔을 뿐 여자들만 올라갔다고 양성평등 감수성 문제 지적은 과도하다”며 “이번에 논란이 됐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성친화도시에 걸맞게 잘한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어 “여성친화도시 인증 조건 점검 목표에 따라 전체 공무원 조직은 물론 시민단체, 참여단, 여성 지도자들이 조직을 갖추고 체계적으로 잘하고 있다”면서 “별건으로 봐야지 이번 일로 확대해 해석하는 건 곤란하다. 앞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