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86% “육아 자신 있어”…현실은 ‘피곤·지친 아빠’
인구보건복지협회, 아빠 육아 실태 설문조사 결과 발표

지난달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성년 자녀를 둔 남성 4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빠 육아, 이상과 현실’ 설문조사 결과 인포그래픽 ⓒ인구보건복지협회
지난달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성년 자녀를 둔 남성 4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빠 육아, 이상과 현실’ 설문조사 결과 인포그래픽 ⓒ인구보건복지협회

남성의 육아 참여가 자연스러워진 시대, 그러나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컸다. 인구보건복지협회(회장 이삼식, 이하 협회)는 지난달 미성년 자녀를 둔 남성 418명을 대상으로 ‘아빠 육아, 이상과 현실’ 설문조사를 16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버지들은 대체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아버지 역할에 자신이 있다’는 응답이 86.2%,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83.2%였다. ‘아버지라는 사실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89%, ‘성취감을 느낀다’는 의견은 88.3%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들이 육아의 동등한 주체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러나 이상적인 아버지상과 실제 모습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육아 전 꿈꿨던 이상적 아버지 모습은 △친구(19.4%) △놀이(14.0%) △함께(9.9%) △다정(9.1%) △소통(6.5%) 등의 긍정적 이미지가 99%를 차지했다. 반면 현실에서 마주한 아버지상은 △바쁜(15.1%) △주말(8.3%) △피곤(7.0%) △지친(6.5%) △혼내는(5.4%) 등 부정적 이미지가 75%에 달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묻는 주관식 문항에 대해 아버지들은 ‘바쁜 회사일로 인해 육아에 집중하기 어렵다’, ‘육아가 생각보다 어렵고 변수가 많다’, ‘휴식시간 부족으로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다’고 답했다. 이는 개인의 노력과는 별개로 육아 참여를 가로막는 시간적·정서적 제약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버지들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육아 영역은 △놀이(44.3%)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뒤이어 △교육(13.4%) △요리(11.7%) △운동(10.5%) 순이었다. 하지만 실제 자신 있는 영역은 △육아 외 활동(청소, 설거지 등)이 22.5%, △놀이 21.1%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직접적인 돌봄보다 생활지원 활동에 더 자신감을 느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가장 어려운 육아 영역으로는 △교육(32.1%)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요리(19.6%) △놀이(17.7%) △수면(10.5%) 순이었다. 특히 훈육과 지도를 포함한 교육 영역에서 부담을 느끼는 아버지들이 많았다.

아버지들이 바라는 육아 지원 분야는 △경제적 지원(33.5%) △제도적 지원(28.5%) △심리상담 및 교육(20.4%) △보육 서비스(16.3%) 순으로 조사됐다. 정책적 지원을 제외하면 ‘심리상담 및 교육’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아, 아버지들이 육아에 대한 정보와 정서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아버지의 육아 유능감을 높이기 위해 2023년부터 ‘파더링(Fathering)’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심리검사 상담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 놀이 워크숍 등으로 구성된다. 2025년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사후 조사에서 ‘자녀 이해 정도’, ‘자녀와의 관계’, ‘양육 자신감’ 항목이 평균 34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삼식 회장은 “아버지들이 육아에 대한 높은 이상을 갖고 있음에도 시간적·정서적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버지들이 육아 유능감을 높이고 육아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파더링을 비롯한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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