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의 정체성과 배치…즉각 내정 철회해야” 여성계 반발 확산
여성단체 “왜곡된 인식·경력 부적합…정치적 보은 자리 전락 안 돼”

김정민 인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후보자가 인천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인천시의회
김정민 인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후보자가 인천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인천시의회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가 인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로 김정민 전 총무과장을 내정한 가운데, 13일 열린 인천시의회 인사청문회를 기점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성인지 감수성 부족과 여성정책 전문성 미비가 지적되면서, 14일에는 지역 여성단체들이 공식 성명을 통해 내정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13일 인천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정민 후보자는 경력단절 여성들의 고용 미스매치 문제에 대해 “힘든 일을 하려 하지 않는 여성 구직자의 성향도 영향을 미친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시의원들은 이 발언이 구조적 문제를 간과한 채, 여성 개인의 태도로 문제를 환원한 왜곡된 인식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여성가족재단 대표로서 성평등 관점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와 함께 김 후보자의 여성정책 분야 전문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약 40년간의 공직 경력 중 여성 관련 업무는 1년 5개월에 그치며, 퇴직 후 약 8년간의 경력 공백 역시 변화된 정책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후보자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구조적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겠다”며, “공직 퇴임 후에도 여성과 복지 정책을 꾸준히 학습해왔고, 정책 기능 강화와 현장 기반 정책 확대에 힘쓰겠다”고 해명했다.

인천여성연대는 14일 성명을 통해 김정민 후보자의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인천시에 요구했다. 인천여성노동자회·인천여성민우회·인천여성회·인권희망 강강술래·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 한국여성인권플러스 6개 단체가 참여한 이번 성명에서, 여성단체들은 김 후보자의 인식과 경력이 재단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여성 구직자의 태도 탓이라는 발언은 구조적 불평등을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시대착오적 인식”이라며, “성인지 감수성과 정책 철학이 결여된 인사는 재단의 존재 이유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인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직은 정치적 보은의 자리가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여성단체들은 재단 대표는 명확한 성평등 의식과 현장 이해도를 바탕으로 정책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며, 인천시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