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 성차별 논란 재점화
스모협회 “전통문화 계승이 사명”

일본에서 140년 만에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지만 일본스모협회가 모래판(도효·土俵)에 여성이 올라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성차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이후 일본스모협회에 보낸 질의서를 지난 3일 공개했다.
신문은 스모협회에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취임해 총리배(杯) 수여를 희망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스모협회는 “스모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스모협회는 1년에 6번에 걸쳐 스모 대회 ‘혼바쇼’(本場所)를 개최한다. 혼바쇼는 15일간의 진행되며 마지막 날인 ‘센슈라쿠’(千秋落)에는 우승자에게 최고영예상인 ‘내각총리대신배(杯)’가 수여된다. 일반적으로 관방장관 등이 총리 대신 참석하지만 올해 1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가 대회에 참석해 총리배를 수여한 바 있다.
스모협회는 그간 전통 계승이라는 이유로 여성 정치인을 비롯한 여성의 도효 출입을 금지해왔다. 이로 인해 1990년 일본 최초의 여성 관방장관인 모리야마 마유미(森山真弓)가 총리배를 수여를 원했지만 협회로부터 거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성의 도효 입장 금지는 특히 2018년 성차별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2018년 4월 교토 마이즈루에서 열린 스모 대회에서 다타미 료조(多々見良三) 마이즈루 시장이 인사말을 하던 중 지주막하 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관객석에 있던 여성 간호사 두 명이 도효로 뛰어들어 응급조치를 취하자 “여성은 도효에서 나가달라”는 장내 방송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온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해당 사건은 일본 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당시 핫카쿠 스모협회 이사장은 “부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사과했다.
또한 같은 해 효고현 다카라즈카시 대회에서 나카가와 토모코(中川智子) 당시 시장이 도효에 오르기 원한다고 스모협회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나카가와 전 시장은 2020년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효 위에 여성이 오르지 못하는 것은 “인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은 중요하지만 시대와 함께 변하는 것”이라며 “스모가 국기(國技)로 인정받고, 스모협회가 공익재단법인으로 세제혜택을 받고 있다면 더 성평등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스모협회는 2019년 ‘여성과 도효에 관한 조사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하지만 스모협회는 ‘위원회가 2019년 신설된 이후 어떤 결론을 내렸는가’ 라는 아사히신문의 질의에 대해 “현재로서는 어떤 결론이나 방침을 내리지 못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