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개발, 성별화된 저임금 일자리 창출로 귀결
지역여성 경력·일생활 균형 살린 일자리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9월 12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창작개발센터에서 지역 토론회 '강원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9월 12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창작개발센터에서 지역 토론회 '강원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는 여러 차례 전국을 돌며 지역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 9월 12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원도 춘천을 찾아 네 번째 타운홀 미팅 ‘강원의 마음을 듣다 - 함께 여는 관광 르네상스’를 주재하고 지역민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규제완화와 함께 K-문화관광정책이 주요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문체부 장관이 관광개발을 공격적으로 하겠다는 언급에, 지역민인 환경관리원은 “자연을 자꾸 뺏어가고 망가뜨리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그의 발언은 천연자원의 보고라 일컬어지는 강원도에 대한 문체부의 문화관광정책의 접근을 문제시하면서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러한 이재명 정부의 문화관광정책에 대한 환경적 접근에 더해, 여성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수도권 도시민을 위한 문화관광정책은 지역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나의 고향은 강원도 횡성인데, 1990년대부터 리조트와 스키장, 골프장(현재 6개)이 들어섰다. 처음엔 지역민을 위한 일자리도 생기고 삶의 질도 좋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들떴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은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업 중심의 여성 일자리를 만들었다. 객실을 청소하는 여성노동자, 수많은 민박집과 식당을 운영하거나 종업원으로 일하는 여성종사자를 만들어냈다. 유통업 중심의 소매업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자영업의 비중이 상당히 컸다.

결국 지역에 새롭게 생겨난 일자리는 저임금의 불안정하고 여성화된 일자리였다. 골프장과 스키장에 가서 즐기는 지역여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밤새도록 불 밝힌 스키장은 잠을 앗아갔고, 산을 깎아 만든 그곳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골바람은 몸을 시리게 했다. 잔디를 지킨 제초제는 결코 삶을 지키지 못했다. 그곳은 여성농민에게 뼛속 깊이 한으로 남았다. 느림보 전동차를 운전하는 80대의 내 어머니는 지난 무더운 여름날에 타지에서 찾아온 관광차량의 끝없는 행렬로 신호등조차 없는 사거리에서 20~30분이 지나도록 건너지 못한 일도 있었다.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강원도를 비롯해 제주도와 같은 천연자원을 가진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규제완화와 문화관광정책을 항상 짝지어 앞세우고 한다. 이러한 정책은 개발을 통해 당장의 이익을 얻을 땅주인과 개발업자에게 그 몫이 돌아가고 새롭게 들어선 문화관광시설은 지자체의 성과로 포장된다. 지역여성의 일자리는 결국 요리, 청소, 돌봄, 도소매 등 서비스업 중심의 여성화된 일자리로 귀결된다. 자기고용이라는 자영업 형태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경제불황과 사업 실패는 오롯이 지역여성의 몫이 된다. 즉 양질의 일자리에서 빗겨나 불안정한 삶이 지역여성에게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접근 방식의 개발과 문화관광정책의 대상은 지역민, 특히 지역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수도권과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것이 된다. 지역여성의 위치성과 필요 및 욕구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지역을 찾아 여가를 즐기는 도시민을 위한 것에 머물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이 서울과 수도권에 살아가는 도시민을 위한 식민지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이다.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의 정책을 수립하고자 할 때 지역여성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살펴야만 한다. 지역여성은 결코 저임금의 불안정하고 여성화된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전공과 경력을 살리고 일생활 균형이 맞춰지는 양질의 좋은 일자리를 기대하는 지역여성의 기대를 충족시킬 때만이 지역여성의 지역 이탈이 멈추고 지역균형발전의 본래 목적이 이루어질 것이다. 

김미선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학술연구교수
김미선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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