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보상과 성평등 ①
핀란드 병역제도가 던지는 질문

최근 공공부문 채용에서 병역이행자에 대한 우대 정책이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른바 '군가산점제 부활' 논란이 다시 제기되면서, 병역 보상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공공부문 채용에서 병역이행자에 대한 우대 정책이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른바 '군가산점제 부활' 논란이 다시 제기되면서, 병역 보상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공공부문 채용에서 병역이행자에 대한 우대 정책이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른바 ‘군가산점제 부활’ 논란이 다시 제기되면서, 병역 보상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정’을 말하지만 결국 또 한 번 ‘성별’을 기준으로 선발에 차별이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반대로 병역이라는 청년기 희생에 대해 아무런 보상이 없다는 주장도 여전히 설득력을 얻는다.

군복무에 대한 보상과 성평등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핀란드의 사례는 이 질문에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핀란드는 유럽에서 징병제를 유지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로, “삶의 질과 성평등 수준이 세계 1위(OECD Better Life Index, 2024)”인 나라다. 1995년부터 여성도 자원입대를 통해 군복무가 가능해졌고, 복무 기간과 임무, 보상 등 모든 조건에서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핀란드의 핵심은 단순히 여성도 군에 갈 수 있다는 데 있지 않다. 병역제도 자체를 국방정책이 아니라 청년정책, 사회정책, 평등정책의 일부로 통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핀란드 남성은 모두 6개월, 9개월, 12개월 중 하나를 선택해 군복무를 하거나, 대체 복무로서 ‘사회복무(civil service)’를 이수할 수 있다. 사회복무는 병원, 복지시설, 환경 보호, 재난 대응 등 공공부문에서의 업무 수행으로 구성된다. 군복무와 사회복무 모두 ‘국가가 요구하는 공적 의무 활동(public duty)’으로 간주되며, 복무 완료자는 고용 및 진로에서 이를 ‘공공 기여(public contribution)’로 인정받는다.

여성은 병역의무는 없지만, 군복무와 사회복무 모두에 자원 가능하며, 훈련 및 복무 조건은 남성과 동일하다. 그러나 실제 여성의 자원 비율은 매우 낮고, 이로 인해 남성만이 일정 기간 국가의 의무를 수행하게 되는 현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란드는 이 복무 경험을 단순히 ‘의무의 이행’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청년기의 사회 기여 경험으로 간주하며, 복무 이행자에 대한 명확하고 투명한 사회적 인정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공공부문 채용에서도 복무 경험을 ‘사회적 기여’로 인정하며, 복무 기간 중의 리더십, 조직력, 공동체 의식 등이 채용 평가 시 고려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성에 대한 우대가 아니라, 복무라는 공적 경험의 객관적 가치 평가라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러한 설계는 군복무 자체를 국가가 요구하는 ‘보편적 의무’로 간주하되, 그 수행 방식의 다양성과 접근성의 평등을 함께 보장하려는 시도다. 핀란드에서는 이를 통해 남녀 간 갈등의 골을 심화시키기보다는, 청년들이 더 나은 공공 기여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제도로 진화시키고 있다.

한국도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군복무에 대한 보상과 성평등은 이분법적 구도의 충돌 지점이 아니라, 정교한 제도 설계로 풀어야 할 과제다. 핀란드나 스위스처럼 복무 경험을 사회적 기여로 간주하고, 다양한 복무 형태와 복무 후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우대 정책도 과거처럼 특정 성에 유리한 방향이 아니라, 복무 기여에 대한 투명하고 합리적인 인정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정’을 말하면서 ‘형평’을 놓치지 않는 길이다.

※ 저자 각주: 핀란드 병역제도는 『병역법(Conscription Act, 1438/2007)』과 『민간복무법(Civilian Service Act, 1446/2007)』에 근거하며, 여성의 자원입대를 허용하는 『자발적 군복무법(Act on Voluntary Military Service for Women, 194/1995)』도 함께 운영된다. 세 법 모두 핀란드 국방부(Ministry of Defence)가 주관하며, 민간복무는 국방부 산하 민간복무센터(Civilian Service Centre)에서 담당한다. 

강선미 하랑젠더트레이닝센터 대표 ⓒ손상민 기자
강선미 하랑젠더트레이닝센터 대표 ⓒ손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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