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손상민 사진기자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손상민 사진기자

우리 정부의 여성·성평등 정책은 왜 이리 방황하는가. 많은 국민들이 정책의 필요성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여가부 폐지론과 여혐 가십에 정론이 흔들리고 있다. 그래도 성평등가족부 확대를 공언한 이재명 정부의 접근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실용적 성과를 중시하는 이재명 대통령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데이터로 증명하는 설득이다. 그동안의 사업이 단순 실적이 아니라 여성고용률과 국내총생산(GDP)에 미친 영향을 보여줄 수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캐나다는 “여성의 경제 참여 없이는 국가경쟁력이 추락한다”는 다년간의 연구를 근거로 2015년 ‘페미니스트 정부’를 선언했다. 재정부와 여성평등부(WAGE)가 국가의 주요 성과목표와 예산을 연계해 결과를 공개하며 보수의 반대를 돌파했다. 예컨대 2021년 하루 10달러 아동돌봄계획은 여성경제활동참여율 5%포인트, GDP 0.5% 상승이라는 목표를 세웠고, 필요한 예산과 정책수단을 분석·권고했다. 재정부는 연 300억 캐나다달러를 투입했고, 2년 뒤 여성고용률 4.2%포인트 상승, GDP 0.4% 증가라는 성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보고했다. 성평등 정책이 ‘여성만의 요구’가 아니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투자임을 증명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제도가 유명무실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출산·노동력 부족·경제 저성장이라는 구조적 위기 돌파를 말하기엔 사업과 예산 규모가 너무 작았다. 국가의 성과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사업이었다면 애초에 그렇게 미미한 예산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니 여성고용률이나 GDP에 미친 효과를 언급할 수조차 없었고, 국민 설득은 더 어려웠다.

지금도 여가부, 기획재정부가 이원화된 채 “돌봄센터 몇 곳 설치” 같은 양적 실적(Output)에 머무르고 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성과와 영향 데이터가 생산되지 않으니, 성평등 정책은 늘 ‘추가 비용’으로 보일 뿐 국가경쟁력 강화와 연결되지 못한다. 결국 “성평등은 여성만의 요구”라는 오해만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선택은 성과로 승부하는 전략적 배팅이다. 성인지 예산제도 개혁과 국가 성과지표 설계는 시민사회·국회·정부가 공론장에서 풀어야 할 중장기 과제지만, 대통령이 성평등을 국가경쟁력 전략으로 재위치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내지 않는다면 그 공론장조차 열리지 않는다.

“나는 성평등 정책의 중요성을 믿습니다. 이 정책을 국가 주요 성과지표와 연계해 효과를 입증하겠습니다. 한 번 시도해보고 검증해봅시다.”

이렇게라도 말할 수 있는 대통령, 그 리더십이 지금 한국 사회에 절실하다.

강선미 하랑젠더트레이닝센터 대표 ⓒ손상민 기자
강선미 하랑젠더트레이닝센터 대표 ⓒ손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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