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성평등 공약은 의욕적이다.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격상하고, 디지털 성범죄 대응과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성·재생산 건강 지원까지 담았다. 그러나 국가 발전 전략과 연결된 상위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전략 없이, 부처 이름만 바꾸고 담당관 몇 명 늘리는 수준이라면 결국 개편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이솝우화 ‘개구리와 황소’가 떠오른다. 새끼 개구리들이 본 거대한 황소를 흉내 내겠다며 배를 부풀리던 개구리 엄마는 끝내 ‘펑!’ 하고 터져버렸다. 지금 한국의 성평등 정책도 이와 닮았다. 국제사회가 만든 황소급 전략을 개구리 운동장에 억지로 앉히려 하면서, 마치 황소만큼의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처럼 부풀리기 때문이다.

사실 국제사회는 이미 1990년대부터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라는 전략을 도입했다. 영국 사회학자 실비아 월비 등은 사회를 하나의 복잡적응시스템으로 보고, 젠더 불평등은 법·제도·문화·경제가 상호작용하며 생겨난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성평등은 부처별 정책에 감수성을 조금 넣는 일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체를 성평등 원리에 맞게 재설계하는 작업이어야 했다. 

한국에도 유사한 전략은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의 이론적 토대에 대한 논의 기회는 드물고, 그 실행에 요구되는 효과적 행정관리 방법의 개발은 아직도 요원한 듯하다. 여성가족부 중심의 제도는 생겼지만, 성평등은 여전히 “여성들의 요구에 맞춰주는 시늉만 하면 되는 일”로 남아 있다. 

성평등은, 그러나,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혁신, 사회안전망, 민주주의 질 향상까지 연결되는 국가발전의 핵심축이다. 성평등은 가족과 노동, 기후와 안보까지 국가 의제 전체를 관통하는 황소급 이슈다. 지금 필요한 건 단일 부처 중심의 ‘개구리급 정책’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바꿀 수 있는 ‘황소급 전략’이다. 

황소를 흉내 내다 터지는 개구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진짜 황소의 체급으로 진화할 것인가.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 한국의 성불평등 수위는 이미 레드라인을 넘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황소급 성평등 의제를 다룰 태세도, 그릇도 갖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논란 많은 장관을 앞세워 개구리의 배만 터뜨리는 우는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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