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여성기업주간 국회 토론회
‘저성장·저출생·고령화 극복을 위한 여성기업 역할 강화 방안 정책’
여성 육아쏠림 여전해…중기부 조사 부동의 1위
투자자 대다수는 남성…여성 관점 반영 안돼

여성기업이 40%까지 늘었지만 육아 쏠림현상이 여전히 여성기업인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여성 근로자뿐만 아니라 여성 기업인들에 대한 정책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에서 ‘저성장·저출생·고령화 극복을 위한 여성기업 역할 강화 방안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제4회 여성기업주간을 맞아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부설 여성경제인연구소가 개최했다. 인구감소, 저성장, 고령화 등 복합위기 속에서 여성기업의 역할 강화 방안과 정책 대응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창숙 여성기업종합센터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통계에 따르면 여성 대표기업이 남성 대표 기업보다 여성 근로자를 더 많이 고용한다”며 “여성기업이 여성 일자리 창출과 여성의 경제 참여를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보다 불리하다고 느끼는 부분으로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이 일·가정 양립”이라며 “이 자리를 통해 여성 기업인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고민하고, 이것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지속가능한 경제사회 구축을 위한 여성기업의 역할과 정책과제’에 대해 발표한 김보례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여성경제연구소장은 한국의 저성장 위기 극복의 해답은 ‘여성’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중기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여성기업은 전체 기업의 40%를 차지한다”면서도 “여성기업들은 소상공인 비중이 높고 매출액이 굉장히 낮은 수준이어서 규모도 작다. 생존율도 3.9%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여성에게) 장벽이 있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기업인들이 남성 기업인들에 비해 불리하다고 느끼는 분야 부동의 1위가 일·가정 양립”이라며 “조사 시작 이래 단 한 번도 순위가 바뀐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기부가 발표한 ‘2024 여성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기업인 대비 여성기업인이 불리한 분야 1위로 꼽힌 것은 ‘일·가정 양립 부담’이었다. 여성기업인 가운데 36.6%가 ‘남성기업인보다 불리하다고 느낀다’고 응답했다. 불리하지 않다는 응답자는 30.7%였다.
김 소장은 “남성 기업인은 일·생활 균형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여전히 아이 돌봄이 여성에게 의존적”이라며 “가족의 동의와 절대적인 지지가 있어야 여성 기업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구성원들 간의 지지와 심리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성 정책에 대해서도 김 소장은 “정책이 주로 고용보험을 가입한 근로자 위주여서 기업인들 은 혜택을 보기 어렵다”며 “이미 많은 논의를 거쳐온 유럽처럼 사회보장제도나 국민보험 안에서 출산 급여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기술, 창업: 박사과정에서 펨테크 기업까지’에 대해 발표한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이사는 자신이 여성 창업가로서 겪은 경험을 공유했다.
이너시아(Inertia)는 2021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헬스케어·위생용품 분야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셀룰로오스 기반 흡수체 셀라텍스(CELLATEX)를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이를 활용해 만든 이너시아 생리대는 흡수체와 외피까지 모두 유기농 면화에 미세플라스틱 없이 제조된다.

어릴 적 멋진 과학자를 꿈꿨다는 김 대표는 “박사과정 중 동료들과 ‘우리 연구 분야는 별로 유망하지 않아서 취직할 곳이 없다’, ‘월급을 잘 주는 곳이 어딜까’를 고민했다”면서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일상이 나아지길 바라는 초심을 생각하며 여성 동료 4명과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생리대에 들어가는 소재를 개발하기로 한 김 대표는 “투자자 10명 중 9명은 남성”이었다며 “이들에게 ‘더 중요한 일을 하세요, 더 큰 시장에 가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이들이 (우리를) 부정적으로 봤다기보다 진심으로 (생리대) 시장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너시아는 지난 2023년 중기부가 선정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에 선정된 바 있다. 김 대표는 당시 시상식을 떠올리며 “100개사가 선정돼 참석했는데 여성은 나와 타 회사 이사뿐 이었다”며 “여성창업이 많아지고 있다지만 소부장 기업으로 가면 더 적다. 더욱 함께 힘내서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기업인으로서 다른 여성 기업인을 이끄는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언론을 통해 다른 여성 기업인들이 잘하고 있다는 소식에 용기와 응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여한 강문영 해낸다컴퍼니 대표이사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투자유치 과정에서 투자자들게 ‘육아휴직 쓰고 복귀하면 되지 않나, 이런 서비스가 왜 필요하나’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서비스 개발자들이 주로 젊은 남성이고 (투자) 의사 결정권을 가진 이들도 주로 젊은 남성과 여성이어서 페인 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몰라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센터장은 “여성 연구자들이 육아휴직을 몇 년씩 내고 나면 고스란히 경력 단절이 된다”면서 “유연근무제 확대가 더 맞는 방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창업자들은 근로자들이 쓸 수 있는 제도를 못 쓴다. 이런 부분에 대한 법 제도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다행히 이번 신정부의 공약집에도 포함됐고 강력한 실행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이 일할 때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치가 폄하되고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 때 출산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정부가 기업에 적극적으로 ‘성별 다양성 제고’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성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가 주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