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대위 여성본부, ‘일하는 여성과의 간담회’ 개최
강금실·서영교·이수진·여성 노동자 4인 참석
여성 노동자 어려움 경청 후 ‘김경숙 열사’ 기려

25일 서울 중랑구 김경숙길 인근 카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여성본부 일하는 여성 간담회’에 참석한 서영교 의원(왼쪽부터),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 이수진 선대위 여성본부장. ⓒ손상민 사진기자
25일 서울 중랑구 김경숙길 인근 카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여성본부 일하는 여성 간담회’에 참석한 서영교 의원(왼쪽부터),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 이수진 선대위 여성본부장. ⓒ손상민 사진기자

“도와주십시오. 저희의 일자리입니다. 현재 17개 점포가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여성 근로자들의 문제입니다. 우리 여성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문제입니다.”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대형유통업체 홈플러스에서 계산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조모씨가 눈물로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여성본부가 25일 주최한 ‘일하는 여성 간담회’에 참석한 조씨는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임금차별 타파의 날’을 맞아 ‘YH무역 사건’의 김경숙 열사를 추모하고 여성 노동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민주당 선대위 여성본부가 마련한 이번 간담회는 서울 중랑구 김경숙길 인근 카페에서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수진 여성본부장, 중랑구 지역구 의원인 서영교 의원 그리고 마트 계산원과 필라테스 강사, 프리랜서 작가, 봉제사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 4인이 참석했다. 

조씨는 홈플러스 점포 폐점 사태를 언급하며 “가장인 분들도 많을 것이다. 남편 없이 가장 역할을 하는 분들이 일자리를 잃어가는 것이 저희가 처한 현실”이라며 “지금 김병주 회장과 MBK파트너스는 아무 말이 없어 너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조씨 외에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여성 노동자들은 여성 소상공인 지원과 모성보호 제도 개선, 여성 노동자의 처우 및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프리랜서·비정규직 보호 등을 촉구했다.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씨는 “고 오요안나씨도 그렇고 기상캐스터, 보도국 작가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있고 상사에게 지시를 받기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지만 아직까지 그렇지 않다”며 “이분들은 본사 직원들과 똑같이 일한다. 근로계약서를 쓰게끔 법안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상민 사진기자
서울 중랑구 김경숙길 인근 카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여성본부 일하는 여성 간담회’에 참석한  여성 노동자가 발언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청취한 이수진 여성본부장은 “작가와 재봉사 등 여성이 많이 포진된 일자리는 임금이 적거나 비정규직이거나 4대보험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영업과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다. 오늘 이 자리에는 안 계시지만 돌봄 노동자도 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할 때 모든 것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해소하려 하면 이를 도와주는 힘들이 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나니 보수 정권이 여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며 “이 자리가 희망을 만들어가는 시작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또한 “2025년과 과거를 비교하면 성차별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 등 여성들의 노동 현실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특정한 직장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닌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며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여성부를 신설하는 등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앞으로도 민주당은 이러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서영교 의원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것들은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여성이 얼마나 힘들게 육아와 가장의 무게까지 짊어졌는지 한 번 더 알 수 있었다”며 “여성의 모습을 세상에 더 알리고 대안들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석자들을 향해 “강인하고, 아름답고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갈 분들이 바로 여성 여러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날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은 “(외교통상부) 여성인권대사를 맡았을 시절 주변에서 여성 인권이 동등해지지 않았냐는 말을 하는 남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노동시장에서의 임금격차 문제가 있으며, 기업과 정치권에서 의사를 결정하는 권력 안에 여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적 격차를 해결해야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이 온다”며 “여성 노동자 한 분 한 분이 여성 노동의 열악함을 개선하기 위해 의견을 내고 활동하는 데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숙 길 ⓒ손상민 사진기자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김경숙길 ⓒ손상민 사진기자
25일, 서울 중랑구 김경숙길 인근 카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여성본부 일하는 여성 간담회’가 끝난 후 김경숙길에서 서영교 의원이 고(故) 김경숙 열사에 대한 짧은 설명을 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25일, 서울 중랑구 김경숙길 인근 카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여성본부 일하는 여성 간담회’가 끝난 후 김경숙길에서 서영교 의원이 고(故) 김경숙 열사에 대한 짧은 설명을 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간단회가 마무리된 뒤 참석자들은 김경숙 열사 표지판 앞에서 김 열사의 정신을 되새기며 ‘동등한 임금 쟁취하자’, ‘여성과 함께 행복한 노동’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편 ‘YH무역 사건’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9년 국내 최대 가발공장인 YH무역이 여공들의 임금 체불한 채 수십억원의 돈을 미국으로 빼돌리고 폐업하면서 촉발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이 신민당 당사에서 농성을 벌이던 YH무역 여성 노동자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노조 집행위원이었던 김경숙씨가 추락해 사망했다. 이 사건은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의 국회의원 재명, 부마민주항쟁 등으로 이어지며 유신체제 붕괴의 신호탄이 됐다.

지난해 중랑구와 녹색병원은 YH무역의 여성 노동자와 김경숙 열사를 기리기 위해 녹색병원 인근 도로에 명예도로명인 ‘김경숙길’을 부여했다. 

25일, 서울 중랑구 김경숙길 인근 카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여성본부 일하는 여성 간담회’를 마치고 김경숙길에서 참여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25일, 서울 중랑구 김경숙길 인근 카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여성본부 일하는 여성 간담회’를 마치고 김경숙길에서 참여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