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여성·가족 공약 발표
“여성 보호·지원보다 기회·성장에 초점”
교제폭력·스토킹범죄 피해자 보호 법체계 보완
26살 이하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공약도
여성단체 “구체성 부족하고 정상가족 틀 못 벗어”

국민의힘이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교제폭력·스토킹범죄·가정폭력 등 각종 폭력의 법체계 보완과 예방 제도 정비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여성 공약을 발표했다. 다만 여성 유권자들과 여성계가 요구해온 ‘여성가족부 기능 강화’가 포함되지 않았을뿐더러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본부장 김상훈 정책위의장)는 20일 “지금까지 여성 정책이 보호나 지원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여성 개개인이 자율적·진취적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게끔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기회와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며 여성 공약을 발표했다.
이어 “여성이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도전하고, 기본적인 신체·정신적 건강을 지켜 내일을 힘차게 살아갈 수 있게끔 하며,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안전이 피부에 직접 와닿을 수 있게 하겠다. 결혼·출산·육아를 택하든 결혼을 선택하지 않든 모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고, 사는 곳이나 국적에 구애받지 않고 높은 삶의 질을 누리도록 하는 약속을 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먼저 국민의힘은 “여성과 비정규직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부분 근로자 대표제’를 도입하겠다”며 “여성 의견을 보다 효과적으로 반영 및 대표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에 종전에 시도된 ‘부분 근로자 의견 반영’보다 더 확장된 ‘부분 근로자 대표제’를 근로기준법에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 눈 낮출 필요 없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WOW 프로젝트’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경력단절여성 아카데미’도 신설해 기업과 연계한 인턴십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장하는 경영문화를 일구기 위한 EFG(환경·가족·투명한 지배구조) 경영 확산도 약속했다.
여성의 건강과 관련해서는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무료 국가예방접종 대상은 고위험군인 26세 이하 남녀 모두로 확대한다.
여성의 안전을 위해서는 “‘아빠 운동화’가 없어도 걱정 없는 일상을 만들겠다”며 “여성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여성안전주택인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출입자 감시 CCTV, 무인택배함 등 일정 기준 맞춘 주택에 대해 시행 중인 지자체 주택 인증을 국가 제도화해 대학가,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등 여성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법 제정과 딥페이크 범죄 예방을 위한 관련 법 정비 등도 약속했다.
아울러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전면 확대와 난임치료 및 육아를 위한 합리적인 방식의 휴직 사용 활성화, 육아휴직급여 사각지대 해소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외에도 국민의힘은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이 느끼는 불편과 불안을 덜어드리겠다”며 “신뢰 기반 ‘지정돌봄인 등록제’ 도입으로 1인 및 비혼가구의 긴급 상황 대응력 및 심리적 안전망 강화하겠다”고 했다.

“여가부 언급 없다…정책 구체성도 부족” 비판
국민의힘의 대선 여성 공약을 두고 성평등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여가부의 기능 강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까지 대선 후보 중 여가부의 기능 강화를 공약으로 내건 것은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유일하다. 또한 교제폭력과 딥페이크 범죄 등을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정책의 구체성 역시 부족하다는 평가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여성 개개인이 자율적, 진취적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게끔 하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아빠 운동화, 워킹맘,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 등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는 않은 표현들과 여성정책을 총괄해야 할 정부 부처인 여가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철학이나 기조가 부재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HPV 백신 건강보험 적용 등은 ‘낙태죄’ 헌법 불합치 선고 이후 피임과 임신중지를 포함한 재생산 건강 의료서비스 건강보험 급여화에서 백신만을 아주 축소해서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실질적인 재생산 관련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교제폭력, 스토킹범죄, 가정폭력, 딥페이크 등 젠더폭력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 현행보다 어떠한 정책을 실행할지에 대한 구체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부분 근로자 대표제 도입과 관련해 “이미 노동조합이 근로 노동자를 대표하고 있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노동조합 설립을 지원하는 것이 낫다”며 “부분 근로자 대표제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비전이 없으면 결국 (여성 노동자를) 대표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김문수 후보가 내놓아야 하는 공약은 결국 여가부와 관련된 것”이라며 “윤석열이 망가뜨린 여가부가 어떻게 하면 잘 기능할 수 있을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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