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사진 ⓒpixabay
아직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여전히 출산의 전제 조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갖는 일은 아주 신중하고 개인적인 결정이 된 지 오래며, 합계출산율 0.72명은 그 고민의 깊이를 보여준다.  ⓒpixabay

 “대표님, 제가 아이를 낳아야 할까요?” 얼마 전, 한 미혼의 젊은 직원이 물었다. 결혼 계획은 있지만, 엄마가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필자가 청년이었을 땐 결혼은 “언제?”, 출산은 “몇 명?”, “몇 살 터울로?”가 주된 질문이었다. 누군가를 만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한 순서였지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고민해본 적도 없었다. 성격이 무뎌서였는지, 시대가 그랬는지, 그저 그런 흐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지금은 고민의 내용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요즘 청년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결혼을 해야 할지, 또 아이를 낳아야 할지 고민한다. 아직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여전히 출산의 전제 조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갖는 일은 아주 신중하고 개인적인 결정이 된 지 오래며, 합계출산율 0.72명은 그 고민의 깊이를 보여준다. 과거보다 양육 지원은 늘었지만, 선택은 더 어려워진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는 청년들의 ‘홀로서기’ 부담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필자 주변에도 성인이 된 지 오래지만 부모와 함께 사는 이들이 많다. 2022년 기준 한국의 20대 청년 중 81%가 부모와 함께 거주하며, 이는 OECD 36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본격적인 홀로서기, 즉 어른이 되는 길 앞에서 우리 사회는 경제적 독립과 안정, 관계의 성숙까지 여러 조건을 동시에 요구한다. 직장을 구하고, 집 한 칸 마련하는 것도 벅찬데, 모든 것을 이룬 뒤 양육까지 감당하라는 압박 속에서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도 십분 이해된다. 요즘 청년들의 어른되기는 그만큼 더디게 흐른다.

하지만 필자의 삶을 돌아보면, 결혼도 출산도 완벽히 준비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둘이 사는 게 혼자보다 불행해지면 헤어지면 된다’는 생각이 오히려 결혼을 결심하게 했다. 별다른 준비 없이 아이를 낳게 되면서 겸허하고 조심스러워졌고, 배우며 키우다 보니 아이들과의 삶에 대한 감사와 보람도 커졌다. 우리 청년들도 젊기에, 이 길이 아니면 돌아오거나 또다른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불완전함 속에서도 삶을 결정할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 그것이 결혼이든 출산이든, 원하는 삶을 향한 발걸음이든, 혼자 아이를 낳고 기르겠다는 결정이든 말이다. 다행히 가족과 커리어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지금, 우리 사회도 삶의 속도와 방식이 다름을 인정하고, 어떤 선택이든 존중받을 수 있는 감수성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선택의 자유가 넓어졌다고 해서, 모든 선택이 언제까지나 기다려주는 건 아니다. 삶의 조건은 유연해졌지만, 우리 몸의 시간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흘러간다. 결국 자신의 몸의 시간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삶 전체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반이 될 것이다.

특히 여성은 생애 전반에 걸쳐 유난히 많은 신체적 변화를 겪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변화를 맞이하는 중요한 순간들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거나, 그 의미를 실감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예컨대 첫 월경은 축하받지만, 이후 생리통 같은 고통은 ‘유난’으로 치부되기 쉽다. 연애를 막 시작한 청소년은 피임을 검색으로 해결하고, ‘때가 되면’ 아이를 가지려던 부부는 난임을 겪는다. 커리어를 잘 이어온 여성 리더도 폐경 앞에서는 조용히 고통을 삼키며 때이른 은퇴를 고민하기도 한다. 이 모든 장면은 가상이 아니라, 필자 주변 여성들의 실제 현실이다.

작금의 필자의 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지나온 삶이 안팎으로 고스란히 각인되어 있는 듯하다. 더 일찍 생애 주기를 알고, 내 몸의 신호에 귀 기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소 무디고 무모한 성격 덕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나름 의미 있는 삶을 살았지만, ‘아이를 낳아야 할까’라는 질문엔 그저 내 경험을 나누는 것 외에 쉽게 답하긴 어렵다. 다만, 청년들이 필자보다 훨씬 현명하고 용기 있게, 준비된 자유와 올바른 정보 위에서 자기 삶의 선택권을 주체적으로 발휘하길 바란다. 그 모든 선택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건 이제 우리 모두의 몫이다.

김소은 한국오가논 대표. ⓒ한국오가논 제공
김소은 한국오가논 대표. ⓒ한국오가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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