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문화포럼]
김은영·손수현·신혜미·정덕현·황영진 토론
양성평등 콘텐츠 지속가능 발전 방안 모색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양성평등문화포럼’ 패널토론 현장. ⓒ손상민 사진기자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양성평등문화포럼’ 패널토론 현장. ⓒ손상민 사진기자

문학, 영화, 예능,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문화 콘텐츠를 경유한 성평등 확산의 중요성과 다양한 실천 사례를 나눴다. 

(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제1강의실에서 개최한 ‘양성평등문화포럼’이다. 손수현 배우 겸 영화감독, 신혜미 ㈜위밋업스포츠 대표, 정덕현 문화평론가, 황영진 코미디언 겸 크리에이터가 ‘함께 만드는 양성평등문화’를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김은영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패널들은 먼저 ‘양성평등문화콘텐츠’의 의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볼만한 콘텐츠도 추천했다. 손수현 배우는 넷플릭스 다큐 ‘코미디 아웃스탠딩’을 추천했다. 미국 퀴어 스탠드업 코미디의 역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로 “풍자와 해학이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를 담았다. 그는 “양성평등 문화콘텐츠란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다는 대전제 안에서 누구나 안전하게 즐기고,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의 세계를 확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손수현 배우·영화감독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양성평등문화포럼’에서 패널토의를 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손수현 배우·영화감독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양성평등문화포럼’에서 패널토의를 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신혜미 (주)위밋업스포츠 대표가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양성평등문화포럼’에서 패널토의를 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신혜미 (주)위밋업스포츠 대표가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양성평등문화포럼’에서 패널토의를 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신혜미 대표는 SBS ‘골때리는 그녀들’을 추천했다. “프로그램 방영 이후 여성이 축구를 취미로 즐기는 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자신이 운영하는 ‘위밋업스포츠’의 ‘언니들 축구대회’를 소개하며 “7080 시니어도 축구를 즐길 수 있다. 나이와 성별이 스포츠를 경험하고 즐기는 데 장벽이 되지 않다는 인식이 더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양성평등 문화콘텐츠란 남성 여성 모두가 차별 없이 평등한 삶을 지향하는 내용들을 담은 문화 콘텐츠”라고 정의했다. ‘폭싹 속았수다’와 ‘정년이’, ‘소년의 시간’을 추천했다. 황영진 씨는 “성별 반전을 통해 통쾌한 재미를 선사하는” 넷플릭스 ‘거꾸로 가는 남자’를 추천했다.

유튜브를 통해 일상 속 양성평등 콘텐츠를 만들고 소개해 온 그는 꾸준한 양성평등 메시지 전달이 어떻게 남성 시청자들을 바꿨는지도 들려줬다. “남성이 주방에서 일하는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처음에는 비판적인 댓글이 많았다”면서도 “지속적으로 양성평등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만들다 보니 시청자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했다. 

황영진 크리에이터가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양성평등문화포럼'에서 패널토의를 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황영진 크리에이터가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양성평등문화포럼'에서 패널토의를 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신혜미 대표는 “콘텐츠가 주는 힘은 정말 크다”며 ‘여성 스포츠’는 다이어트나 날씬한 몸매를 위한 것으로만 여기던 고정관념이 ‘골때녀’ 등 강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여성들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통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손수현 배우는 콘텐츠가 가진 힘은 “삶에 균열을 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균열이 난다는 건 그걸 반드시 메워야 한다는 거고, 그것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는 개개인의 선택이 될 텐데, 그것을 도와주는 게 잘 만들어진 (양성평등) 콘텐츠”라는 뜻이다. 다양한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개개인의 삶을 바꾸는 긍정적 요소로 봤다.

정덕현 문화평론가가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양성평등문화포럼'에서 패널토의를 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정덕현 문화평론가가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양성평등문화포럼'에서 패널토의를 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며 “주목받는 콘텐츠들을 잘 들여다보면 대부분 한국 사회의 잘못된 부분들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징어 게임’이 경쟁사회를, ‘기생충’이 양극화 문제를 다루듯, 비판적 시각을 담은 콘텐츠가 국경을 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다. 콘텐츠가 갖는 “공감의 힘, 몰입해서 볼 수 있는 힘, 성별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꾸준히 양성평등 콘텐츠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황영진 씨는 ‘양성평등’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재미와 이슈를 통해 자연스럽게 메시지가 스며들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 안에 양성평등 가치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제작자, 수용자, 언론의 역할도 강조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제작자들은 성인지 감수성이 수익에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고, 수용자들은 비판적으로 콘텐츠를 수용하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콘텐츠 리뷰 대신 스캔들과 가십 전달에 치중하는 언론 실태”도 비판했다.

손수현 배우는 “국가적 차원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계의 예를 들며 “지난 수년간 독립영화관들이 사라지고 제작비도 삭감돼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통로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또 차별금지법 제정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성평등문화상에 대한 응원과 격려도 전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시상식 규모가 작을수록 가치나 의미가 집약된 경우가 많다. 이런 상들이 많이 등장해 좋은 콘텐츠들을 발굴하고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혜미 대표는 양성평등문화상 단체상 수상을 계기로 “무채색이었던 저희가 화려한 컬러로 바뀌었고 주목받게 됐다”며 “이 상은 저희가 활동을 계속해 나가는 동력”이라고 했다. 손수현 배우도 양성평등문화상 신진문화인상 수상으로 “계속 페미니즘 의제들에 대해 이야기해도 괜찮다고 응원을 받은 느낌”이라며 “의미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들어내는 분들을 조명할 기회가 더 많았으면, 오랫동안 역사에 남는 시상식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함께 만드는 양성평등문화’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은 (사)여성문화네트워크 주최, 여성신문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개최된 ‘제18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의 사전 행사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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