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 측, 사진·동영상·국과수 감정결과서·상담일지 등 제출
“성폭력 사건, 진영논리로 접근하면 안 돼”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15년 당시 비서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15년 당시 비서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 측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A씨의 고소대리인은 박원순 성폭력사건의 피해자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다. 

법무법인 온세상은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장 전 의원을 향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전 의원은 부산 모 대학의 부총장이던 2015년 11월 1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비서 A씨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준강간치상)를 받고 있다. 준강간치상은 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인 피해자의 상태를 악용한 성범죄다. 

고소대리인 측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아침에 정신을 차린 뒤 주변 상황 등을 종합해 성폭력 피해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으며, 증거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장 전 의원이 잠든 사이 호텔 방 안 상황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A씨는 이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상태다.

A씨는 또한 사건 발생 당일 해바라기센터를 방문해 응급키트로 증거물을 채취했다. 고소대리인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A씨의 특정 신체 부위와 속옷 등에서 남성 유전자형이 검출됐음을 확인했으며, 해당 감정서도 증거로 제출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A씨는 사건 발생 후 작성한 자필 메모와 해바라기센터상담 일지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성폭력 혐의 피소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 장 전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소인의 고소 내용은 분명 거짓”이라며 “무려 10년 가까이 지난 시점을 거론하면서 이와 같은 고소가 갑작스럽게 제기된 데는 어떠한 특별한 음모와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고소대리인 측은 “피해자는 그 당시 장 전 의원이 갖고 있는 막강한 힘에 대한 두려움, 성폭력 신고 이후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형사고소를 하지 못한 채 약 9년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왔다”고 지적했다. 

A씨는 사건 직후 충격으로 무단결근을 하던 중 장 전 의원실 보좌관 출신인 모 교수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해당 교수가 ‘신고하면 장 전 의원이 자살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해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2018년에는 언론사와 2022년에는 현 고소대리인 측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두려움에 고소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고소대리인 측은 “피해자는 사건 발생 이후 발생한 정신과적 증상으로 인해 입원치료와 심리상담치료를 받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보인 증상들이 해당 사건에 기인한 것임을 알게됐다”며 “더 이상 삶이 피폐해지는 것을 막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법의 심판을 구하기 위해 형사고소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고소대리인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폭력을 진영논리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장 전 의원의 피소 사실이 알려진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안희정·박원순 성폭력 사건 당시 목소리를 냈던 여성단체들과 각 사건의 피해자 법률 대리인들이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이 확산됐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고소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 역시 온라인상에서 그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공격에 시달렸다. 

고소대리인 측은 “장 전 의원 피소사실이 보도된 인터넷 기사들에 달린 댓글과 SNS에 사람들이 올린 글을 보면 피해자를 응원하는 척하면서 ‘박원순 사건 때 나섰던 여성단체들은 왜 침묵하는가. 박원순을 공격했던 모 변호사는 왜 입을 닫고 있는가’ 등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진영논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박 시장 사건이든 그 누구의 사건이든 피해자가 단체 혹은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관련된 사람들은 피해자를 지원하게 된다”며 “단체 혹은 변호사가 진영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진영논리에 매몰돼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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