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꾸는 풀뿌리 생활정치] ⑥왕정순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주민과 함께한 정치 여정...나비효과가 불러온 “일 잘하는 의원”
전동킥보드 안전교육, 전통시장 화재 대책, 주거복지센터 지키기
여성 기업 지원 조례 개정…수의계약 한도 1억원으로 상향
[편집자주] 지역주민을 대변해 풀뿌리 현장에서 뛰면서 우리 삶을 바꾸는 정책을 만드는 지방의원들을 소개합니다. 정책과 변화의 이면에 숨겨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서울시의회 왕정순 의원(더불어민주당, 관악구2)은 2010년 관악구의회 비례대표를 시작으로 3선에 의장을 거쳐 2022년 서울시의회에 입성했다. 민주당 텃밭으로 경쟁이 치열한 관악 지역에서 적지 않은 나이의 여성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내리 4선을 했는지 그 비결이 궁금했다. 최근 서울시의회를 찾아 왕 의원의 20년 정치 여정을 들어봤다.
“엄마가 ‘일구이언(一口二言)’하네?” 큰딸의 한마디로 시작된 정치 여정
학부모 활동을 열심히 하다보니 주변에서 출마하란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편이 진지하게 출마를 권유했다. 선거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터라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고3이었던 큰딸이 “우리에게는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하면서 정작 엄마는 결과가 두려워서 도전하지 않는 거야?, 엄마는 ‘일구이언(一口二言)’하네?” 그 말 한마디에 출마를 결심했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적은 표를 얻었지만 선거가 끝난 후 당시 열린우리당에 영입됐다. 2010년 지역구를 염두에 두고 경선준비를 했으나, 구의회 비례 출마 권유를 받았다. 치열한 경선을 거쳐 1등을 차지했고, 구의회에 입성했다.
학교 운영위·학부모회 활동으로 학부모 신뢰 구축
왕 의원은 결혼 전부터 둘째를 낳을 때까지 자영업을 했다. 큰딸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학부모 강좌에 참여하다가 그도 학부모를 대상으로 꽃꽂이를 가르쳤다. 그러다 큰딸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때 학부모 활동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때는 교복, 급식 등 학교 운영에 문제가 많았어요. 딸이 중학교에 입학한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학부모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는 학교 운영위원과 학부모 대표로 활동하며 매일 학교에 출근하다시피 급식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교복 공동 구매 등을 주도했다.
“당시에는 교복 입찰하면 전국에서 다 왔는데, 수선 등의 편의를 위해 지역으로 제한했어요. 학부모들이 발로 뛴 결과 일반 교복값의 3분의 1, 4분의 1 가격으로 가격을 낮췄죠.”
교복 선정위원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업체로부터 차 한잔, 밥 한번 같이 먹지 않았다. “아이가 고등학교 들어가니 환경이 더 열악하더라고요. 구청장, 국회의원 찾아다니며 또 학교 환경 개선을 해 냈지요.” 아이들을 위한 헌신적인 활동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신뢰를 얻는 기반이 됐다.
신속하고 진심을 더한 민원 응대, “일 잘하는 의원”으로 입소문
왕 의원은 지역 주민들의 작은 민원도 최선을 다해 응대했다. 그가 해결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는 ‘정화조 민원’이었다. 한 빌라에서 정화조가 막혀 온 건물이 오수에 잠기는 일이 발생했지만,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밤중 주민의 전화를 받은 그는 즉시 정화조 업체에 연락했고, 새벽 5시에는 문제가 해결됐다. “그때부터 동네 주민들은 제 연락처를 서로 공유했고, 나비효과로 제 이름은 몰라도 ‘일 잘하는 의원’으로 불리웠어요. 지금도 가끔씩 정화조 민원이 들어와요.”
지역 교통 문제 해결에도 앞장섰다. 인헌초 후문의 위험한 통학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청에 민원을 넣고 녹색어머니회와 함께 오랫동안 캠페인을 벌였지만, 구청은 “통행량이 적어 필요 없다”며 꿈쩍도 안했다. 왕 의원은 아이들의 등교 시간대에 교통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5분 발언’으로 공론화했다. 아침 통학 시간, 서울대 통학버스와 마을버스 사이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지역 방송으로 보도가 나갔다. 그 뒤 한 달 만에 마을버스 정류장 이전, 횡단보도가 설치, 일방통행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최대의 수혜자는 마을버스였어요. 일방통행 덕분에 접촉사고가 확 줄었대요. 그 이후 마을버스 기사들이 저의 확실한 지지자가 됐어요.”

지하철 2호선 ‘강감찬역’ 병기도 그의 대표적인 성과다. “낙성대는 ‘별이 떨어진 곳’이라는 의미로 고려 강감찬 장군의 태몽이에요. 강감찬 장군이 관악에서 태어났는데 사람들이 그걸 거의 몰라요. 낙성대 하면 기상청이나 대학 이름인 줄 안다니까요.” 2015년 주민 청원을 받아 청원 소개의원으로서 서울시에 지속적으로 요청한 끝에 2020년 ‘강감찬역’이 공식 명칭으로 추가됐다.
또한 남부순환로의 관악구 구간인 사당역에서 시흥IC까지(7.6km)를 '강감찬대로'로 지정하기 위한 노력을 한 결과 관악구 명예도로로 지정됐다.
3선 구의원 의장을 거쳐 서울시의원으로
관악구의원 3선과 서울시의원에 당선되는 과정이 결코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지역구에 도전한 2014년에는 여성 의무공천지역으로 지정돼 가번을 받아 무난히 당선됐다. 2018년에는 지역 정가에 “이번엔 왕정순 공천 못 받는다. 재선하면 됐다”라는 말이 돌았다.
“제게 우호적이지 않은 여건에서 청년·여성 신인 가산점을 받는 후보와 경쟁해 2등 했어요. 2인 선거구인데 나번으로 출마한 거죠. 선거를 앞두고 마지막 한 달은 지하철 막차가 올 때까지 선거운동을 했어요. 매일 새벽 1시가 넘어 집에 들어갔죠. 마침 문재인 전 대통령 바람도 불어 민주당 후보 2명 모두 당선됐어요.”
3선에 성공한 왕 의원은 관악구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2022년에도 서울시의원 후보 공천권을 놓고 경선을 치렀다. 특별한 조직도 없었지만 탄탄한 지지기반으로 압도적 표 차로 경선에서 승리했고, 시의회에 입성했다. 왕 의원은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후반기 모두 기획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내리 4선을 한 비결에 대해 “작은 민원을 소홀히 하지 않고, 주민들과 밀접하게 소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의원 시절부터 이어온 세심한 민원 처리는 시의원이 된 뒤에도 변함이 없다.
전동킥보드 안전교육, 전통시장 화재 대책, 주거복지센터 지키기
2022년 서울시의회에 입성한 그는 기획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생활 정치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학생들이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거나, 안전장비 없이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서초구에서 학생이 전동킥보드 사고로 사망한 사례도 있었죠. 5분발언 후 서울시 교통문화교육원이 2025년부터 ‘찾아가는 교통안전 교육과정’을 시행하기로 결정했어요.”
서울시의 전통시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화재보험 가입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전통시장 아케이드(비가림 시설)의 화재 위험성을 지적하고 개선 대책을 만들어냈다.
“서울시 81개 전통시장 중 58곳(72%)이 화재 확산 위험이 큰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을 사용하고 있어요. 스프링클러 설치율도 30%에 불과하죠. 5분발언으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화재 안전 시설을 개선하고, 화재 공제 보험 지원율을 60%에서 80%로 확대하기로 정책을 바꿨어요.”

또한 주거 취약 계층의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 주거복지센터의 직영 전환에 반대하며, 민간위탁 지속을 주장했다. “지난 10년간 주거복지센터가 80만건 이상의 주거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어요. 직영 전환 시 관료주의적 운영과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고, SH공사의 정원 증원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결국 서울시는 주거복지센터의 민간위탁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여성 기업 지원 조례 개정… 수의계약 한도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여성의 시각으로 정책을 발굴하는 데도 앞장섰다. 여성 기업의 성장 기회 확대를 위해 지원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기존에는 여성 기업이 공공기관과 맺을 수 있는 수의계약 한도가 5천만원이었어요. 이를 1억원으로 상향하면서, 여성 기업들이 더 큰 규모의 사업을 수주할 기회를 얻게 됐어요.”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전여네) 제4기(2014-16년) 공동대표와 전여네 산하 전국성평등의회지원센터장을 역임하며 여성 정치인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성평등 정책 확산에도 힘썼다.
인터뷰를 마치며 왕 의원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평범한 학부모로 시작해 정치인이 된 그의 여정은, 누구나 관심과 참여로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성 정치인은 세심함과 공감 능력이 강점이에요. 생활 속 문제를 직접 경험한 만큼 현실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죠. 앞으로도 주민과 함께하는 생활정치를 계속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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