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 ‘기후위기 건강 적응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보고서
기후변화 건강 영향 국민 인식 여전히 낮고
보건의료 전문가도 ‘잘 몰라’...국가차원 대국민 소통도 미흡

서울에 사상 첫 9월 폭염경보가 내려진 2024년 9월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네거리. ⓒ연합뉴스
서울에 사상 첫 9월 폭염경보가 내려진 2024년 9월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네거리. ⓒ연합뉴스

대기오염·폭염·한파 같은 기후변화가 국민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지만, 대중은 물론 전문가들도 이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며, 관련 정책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 노력도 미흡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28일 공개한 ‘기후위기 건강 적응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보고서를 보면, 여전히 우리 국민의 다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피해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컨대 기후변화가 온열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응답률은 65.6%에 불과했다(2022년 일반인 대상 조사 결과). 

물론 중앙 부처에서는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대중에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질병관리청은 2022년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를 발표했고, 2024년 조직 개편을 통해 기후보건·건강위해대비과를 설치, ‘기후보건 중장기계획’을 발표했다. 또 온열질환과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하며, 일반 대중을 위한 온열질환 예방 건강 수칙 영상·카드뉴스 같은 홍보자료를 만들어 공개해 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기후변화 관련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49.2%에 불과했다. 69.1%는 ‘정부가 기후변화의 건강 영향을 잘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2024년 8월19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광주·전남 노동 안전보건 지킴이의 폭염 중대재해 방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폭염에 쓰러져 숨진 20대 노동자의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연합뉴스
2024년 8월19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광주·전남 노동 안전보건 지킴이의 폭염 중대재해 방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폭염에 쓰러져 숨진 20대 노동자의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연합뉴스

연구진은 정부의 기후위기 건강 적응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국민의 요구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까닭이 “기후위기 대응의 (정책적) 우선순위가 낮”아서라고 분석했다. 기후변화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로 입증됐으나, 기후변화와 건강을 직접 연결하는 정책 수립으로는 나아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보건의료 전문가와 정책관계자도 기후변화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대응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례로 현재 의과대학 내에 기후변화 건강 영향 관련 정규 수업은 드물고, 특강이나 세미나 형태로 기초적인 정보만 전달되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기후변화 정책을 주도하는 환경부가 기후위기 적응이 모든 부분의 정책적 의사 결정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관계 부처 및 기관의 의무는 없기 때문에 구체성이 드러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태풍, 폭염, 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은 신체적 피해뿐 아니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공격적인 행동, 무기력, 불안 등 여러 정신적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 완화를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달라지는 기후에 맞는 건강 정책 없이는 미래 세대가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구진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기후 건강 리터러시’ 함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기후변화 건강 위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실질적인 적응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 차원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 마련도 강조했다. 

캐나다, 미국 등 기후변화에 대한 건강 적응 정책을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국가들은 기후위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민 인식 수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적극 실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과 정수경 부연구위원, 김혜윤 전문연구원, 우경숙 한양대 교수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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