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서 무죄…"음란한 문언 단정 어려워"
대법 "추모 대상 성적 비하는 반사회적 표현…존엄성 심각한 훼손"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성적으로 비하하고 모욕하는 글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게임 채팅창에 쓴 것은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2일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내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A씨는 이태원 참사 직후인 2022년 10월 30일 온라인게임 채팅방에서 이태원 참사 여성 희생자들을 대상으로 성행위를 하고 싶다는 등의 성적 비하·모욕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A씨의 메시지가 ‘음란한 문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성적 대상화해 비하하고 모욕하는 내용이기는 하다"면서도 "노골적인 방법으로 남녀의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해당 메시지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한 문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해당 메시지가 '음란한 문언'을 전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1·2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추모와 애도의 대상이 되는 사망자의 유체를 성적 쾌락의 대상과 수단에 불과한 것처럼 비하해 불법적·반사회적 성적 행위를 표현하는 것은 인격체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한 것"이라며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채팅창에 메시지를 입력해 음란한 문언을 전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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