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국민연금 ‘석탄투자 제한 전략’ 비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19일 최종 의결한 ‘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안'이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연금을 무임승차자로 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19일 성명서를 내고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제한 전략에 대해 “2021년 5월말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을 한지 3년 7개월 만에 나왔다”며 “기금위,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이 장고 끝에 최악의 수를 선택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도, 좌초자산으로 인한 국민연금 수익률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찾아볼 수 없어 3년 7개월이 무의미하고 낭비된 시간이 되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국제적인 흐름에서 이탈한 석탄기업 판별의 정량적 기준 50% 설정 △이에 따른 적은 석탄투자 제한 규모 △너무 긴 국내 석탄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기간 △그린워싱 우려가 내포된 에너지 전환계획 수립 △2030년 이후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 기간 연장 단서 등을 들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19일 석탄기업(발전·채굴) 판별을 위한 정량적 기준을 ‘최근 3년 평균 석탄 매출 비중 50% 이상’인 기업으로 설정했다. ‘석탄 관련 기업 에너지 전환 투자전략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해외자산은 2025년부터 즉시 적용해 투자를 제한하고 국내자산은 2030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석탄기업의 경우 에너지 전환계획 수립 및 석탄 매출·설비용량 비중을 50% 이하로 감축하도록 5년간 비공개로 기업과의 대화를 한다는 계획이다.
비공개 대화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전환계획을 미수립하거나 개선되지 않은 경우 기금위의 의결을 통해 투자 제한을 결정하되, 기업의 에너지 전환 노력 등을 인정해 의결한 경우 대화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기금위가 석탄기업 판별의 정량적 기준을 50%로 설정함으로써 3개년 평균 석탄 매출 비중이 49.99% 기업은 석탄기업이 아니라는 면죄부를 주어버렸다”며 “이런 결정이 오히려 국내 석탄 기업 전반의 에너지 전환을 지체시킬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매년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를 제시하는 비영리기관 우르게발트는 20%를 제시하고 있고, 2022년 4월 국민연금 기금위에 올라간 석탄 관련 용역 최종보고서에서는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주요 연기금(ABP·AP·GPFG) 및 글로벌 금융기관(BlackRock·Allianz·UBS)도 20% 혹은 30% 이상을 설정하고 있다. 우리 시민사회 등에서는 국민연금에 30%를 제안한 바 있다.
정량기준을 50%로 설정함에 따라 국민연금의 투자 제한 규모도 2023년 기준으로 석탄 투자 규모인 34조 중 2조3천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2025년 해외는 9.2조원 중 2천억원만이 투자 배제되고 국내는 2030년에야 실제로 투자제한 여부를 알 수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기후위기 심화, 좌초자산 우려 등을 고려해 향후 정량기준을 언제든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투자 제한 혹은 배제를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꼽았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2030년까지 국내 석탄기업과의 비공개대화의 핵심 사안인 ‘에너지 전환계획 수립’도 문제 삼았다. 전환계획의 평가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그린워싱 우려도 있어서다. 이에 파리기후협약 1.5도에 부합하는 엄격한 전환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이를 위한 관여활동의 강도를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기금위에서 석탄투자 제한 전략안을 마련해 202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지만,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자 좌초자산 우려가 높은 석유 및 가스가 남는다”며 “국민연금이 자산포트폴리오 넷제로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