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가결 페미니스트’ 기자회견
“‘나중에’가 윤석열과 이준석 만들어…
8년 전 박근혜 탄핵 때와는 달라져야”

“페미니즘이 승리했다. 성차별주의자 윤석열을 체포하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여성들이 또다시 서울 광화문 광장 앞에 모였다. 여성단체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을 ‘페미니즘의 승리’라고 선언하며,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여성회 등으로 구성된 연대체 ‘윤석열 OUT 성차별 OUT 페미니스트들’은 16일 ‘윤석열 탄핵 가결 페미니스트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을 넘어 성차별적 노동환경과 젠더폭력, 여성혐오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나설 것”이라고 외쳤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은 “탄핵 가결 이후 우리가 또 모인 것은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남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세계는 대통령 한 명의 탄핵에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더 큰 꿈이 있다. 바로 윤석열을 가능하게 만든 억압과 차별의 사회구조를 없애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페미니스트들은 민주주의의 광장이 열린 이후 잠깐의 칭송과 관심 이후 돌아온 백래시를 기억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광장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둘 수 없다. 우리는 윤석열과 함께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탄핵 시위에 2030 여성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젊은 여성의 정치참여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은 그간 여성의 존재가 지워졌을 뿐 윤 대통령 탄핵 시위 이전부터 폭력과 차별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광장으로 달려가 목소리를 낸 것은 바로 여성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성차별과 여성폭력 등의 문제를 더 이상 ‘나중’으로 미뤄서는 안 되며 이제 탄핵을 넘어 성평등 민주주의로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카 페미위키 활동가는 “페미니스트는 항상 앞장서서 사회를 변혁했으며 정치와 문화를 선도해왔다”며 “‘여성들이 집회에 많이 나온’ 것이 아니라, 여성들은 항상 역사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나 중앙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녹지』 편집장은 “친일 극우 세력과의 싸움으로 페미니즘은 지워져야만 했다”며 “해일 앞에서 조개를 줍는 일이라고 말할 모든 사람들에게 말한다. 우리는 바다가 되고, 해일이 돼 이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올해 딥페이크(불법합성물)와 탄핵 소추안 가결만 하더라도 우리의 연대는 커다란 해일로 작용했다”며 “그러니 성차별주의자들에게 말한다. 이 해일이 당신들 눈앞에 닥치기 전에 스스로 조개를 주으라”고 촉구했다.
정영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대표는 “페미니스트의 시국선언이라며 조롱당하고 뜯겨지는 대자보, ‘탄핵이 되고 나서 페미들은 거르자’고 말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번에도 있었다”며 “유독 페미니스트 피켓을 향해 ‘왜 다른 이야기를 하는가’라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고, 2030 여성들의 힘이 광장을 지켰다고 말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는 여전히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8년 전과는 다른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제 더는 ‘나중에’는 없다”며 “그 ‘나중에’가 윤석열을 만들고 이준석과 내란의 힘을 만들었다. 우리는 이제 ‘나중에’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성평등위원회 소속 김강리도 “박근혜 탄핵 이후에도 그 무엇 하나 나아진 것 없었던 우리의 삶을 기억한다. 이제는 탄핵 너머 사회 대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광장을 일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여성계 인사들의 발언에 뒤이어 류현아 불꽃페미액션 활동가와 함송화 영등포여성회 활동가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정치가 철저하게 여성을 이용하고 버리는 모습을 기억한다”며 “필요할 때는 호명되던 여성과 페미니즘은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가장 먼저 내쳐졌고, 지난 총선에서는 여성 공약과 성평등 공약이 부정됐다. 2차 가해자들과 성희롱 발언 인사들이 줄줄이 기용되는 모습도 똑똑히 기억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문제를 제기하던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사상검증이라는 폭력이 가해졌다. 그렇기에 우리가 다시 만들려는 세계는 탄핵에 머물 수 없다”며 “새로운 성평등 사회를 만들까지 페미니스트들은 더욱더 외치고, 더욱더 모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