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지역성평등정책 현주소] ⑧대구광역시

[편집자 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민선 8기 지역성평등정책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펴보는 기획 칼럼을 총 9차례 연재합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퇴행 흐름, '저출산 인구 위기 담론'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현실 속에서 반환점을 돌고 있는 민선 8기 광역자치단체의 성평등 정책과 저출산정책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신천 프로포즈 조감도. 사진=대구광역시
신천 프로포즈 조감도. 사진=대구광역시

지난 6월 홍준표 대구시장은 신천에 110억원을 들여 ‘프러포즈 라운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젊은층을 유인할 방법, 가족의 행복을 꿈꾸는, 전국 선남선녀들의 프로포즈 명소”라 치장했지만 정작 그 ‘젊은층’은 ‘어르신스러운’ 발상이라 보았다. 그나마 이를 저출생 관련 정책으로 발표하지 않은 것 정도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혼인율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대놓고 저출생 대응 정책이라고 하지 않는 정도의 판단력은 갖춘 듯하다. 그러나 예산 운용, 청년·가족 정책 등에 있어 어떤 정치적 비전도 철학적 깊이도 찾아볼 수 없다.

청년 인구 유출로 인한 지방 소멸, 저출생 고령화 문제의 심각함은 대구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시는 2016년부터 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2024년 1월 기준 전월대비 약 5천명 정도가 감소했다. 혼인과 출산 역시 줄어들고 있는데 출생률은 전국평균보다 낮다. 그런데 지자체장의 해당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 수준이 저 정도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정적인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지역 발전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지자체장의 생각과 고민, 그리고 집행은 신중해야 한다. 홍준표 시장이 이끄는 민선8기 대구지방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는가.

실제로 대구시 민선8기 여성정책을 예산만 놓고 보면 소폭 상승했다. 여성가족과는 818억원에서 926억원으로 107억원 정도 예산이 늘었다. ‘건강가정 육성 및 지원’,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여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지원’ 3개 단위별로 대부분의 예산이 증가했다. 그런데 유독 ‘여성정책 및 사회참여확대지원’단위 예산은 55억5879만원에서 51억522만원으로 약 8%정도 삭감되었다. 전년에 이어 예산이 삭감된 것이다. ‘새일 센터종사자 처우개선’, ‘여성인력개발’, ‘여성가족정책 연구개발지원’, ‘여성단체활동프로그램지원’ 등의 세부사업에서 예산이 모두 삭감되었다.

작년까지 9억9900만원 가량 예산을 사용했던 단위 사업인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은 아예 사업 자체가 사라졌다. ‘여성가족정책 연구개발지원’의 경우 전년도 3억 2,800만원에서 올해 6500여만원이 삭감되어 2억5600만원 정도다. 출산보육과의 ‘출산정책개발비’ 사업 예산이 10억원을 넘는 것과 비교된다. ‘여성가족정책 연구개발지원’사업은 대구여성가족재단이 위탁받아 진행하였는데 민선8기 출범하면서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에 통폐합되었고 서비스원 내 정책연구팀에서 이를 수행하고 있다.

대구시 민선8기 여성정책은 중앙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로 대표되는 여성 정책 후퇴에 발맞춘, ‘교묘한 퇴행’이다. 애쓰고 있는 담당 부서 공무원의 의지와는 별개로 예산이 적은 과는 전체 사업에 있어 중요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예산의 삭감은 단기적으로는 정책 집행력을 위축시키면서 장기적으로는 정책 집행의 의미를 축소시켜 관행적 정책 수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련 예산이 삭감되는 경향은 지역 여성 문제에 대한 고민의 부재에 따른 결과며 이는 추후 여성정책 생산과 집행에 있어 이른바 ‘중요하지 않은 정책’으로 치부, 배제될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년 지역성평등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시는 올해도 작년에 이어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중상위권에 머물러 있고, 성인지 사업의 목표 달성률은 전국보다 낮은 60%대에 그쳐 3년 연속 하위권에 있다. 대구시의 성평등 상황에 대한 객관적 성적표가 이럴진대 여성정책의 바탕이 되는 연구개발 사업의 예산 삭감은 대구시의 성평등을 더욱 후퇴시키고 있다.

2023년까지 연구자료 <통계로 보는 대구여성의 삶>은 2024년 9월, <통계로 보는 대구여성가족의 삶>으로 제목이 바뀌었다. 기존 통계에 저출생 관련 통계 분석을 추가하면서 ‘대구여성의 삶’에 ‘가족’이란 단어를 집어 넣었다. 여성을 주체적이고 독자적인 정책의 주체자이자 대상으로 보지 않고 여성과 가족을 붙여 그 의미를 흐리고 있는 것이다. 해당 연구자료에서는 대구의 경력단절 여성이 전국평균보다 높고 경력단절의 이유로 ‘육아’가 가장 높음을 밝히고 있다.

가사에 대한 ‘아내 전적 책임’도 8대 특·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가족제도 안에서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제3차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촉진 기본계획 및 대구광역시 시행계획에는 <경력단절 예방 대책 내실화> 영역 예산이 전년 5억7500만원에서 3억950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중 ‘남녀가 상생하는 양성평등문화 확산’ 분야 2024년 지방자치단체 시행계획 예산은 대구 0.2%(울산 0.31%, 경북 0.72%)이고, 지방정부 전체 예산 대비 2024년 전체 시행계획 예산은 대구 0.44%(울산 2.51%, 경북 1.74%)에 불과하다.

젠더 갈라치기로 탄생한 윤석열 정부의 ‘여성’ 삭제, 여성 혐오 모르쇠라는 일관된 정책적 지향이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대구광역시 민선8기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역은 정책 부재, 그 직접적인 타격을 더욱 크게 받으며 특히 여성정책에 있어 가부장적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대구지역에서는 저항은 크고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다.

대구시 민선8기 여성정책에서 여성은 희미해지고 성평등은 더욱 찾아볼 수 없다. 대구시의 각종 시행계획과 여성가족과 예산의 연도별 분석과 교차 비교에서 볼 수 있듯이 정책과 집행에서 일관성을 보기 어려운 사업도 있다. 이는 대구시 민선8기의 성평등정책에 대한 무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면서 동시에 성평등정책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나타낸다.

구조적 성차별은 뚜렷하다. 해법은 성평등이다. 우리에게는 여성가족정책이 아닌 성평등정책이 필요하다.

김예민 대구여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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